[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26>서울대 디자인학부 합격한 서울 중대부고 3학년 서주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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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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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개념도 캐릭터 그림으로 표현했죠”


“고2 때까지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제가 돌연 미대에 가겠다고 하자 선생님도 친구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어요. 결정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설렜죠.”

지난해 12월 발표된 2013학년도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수시모집 합격자 명단에 서울 중대부고 3학년 서주연 양(19·사진)의 이름이 올랐다. 서 양이 지원한 전형은 서울대가 처음 도입한 ‘실기고사 미포함 전형’. 모집인원 6명에 171명이 몰려 28.5 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고교 시절 미술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던 서 양. 뒤늦게 미대의 문을 두드린 그가 그 어려운 관문을 뚫을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보자.

가슴 한곳에서 자란 만화가의 꿈

고교 3년 내내 최상위권 내신성적을 유지했던 서 양. 그는 당초 대학 경영학과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곳에는 ‘만화가’라는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부를 할 때도 그림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연습장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그룹 JYJ의 멤버 시아준수,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 등의 얼굴을 스케치했다. 반 친구들의 얼굴도 그렸다. 친구들은 인물의 특징을 정확히 집어내는 서 양의 솜씨에 놀랐다.

“쉬는 시간이나 공부가 잘 안 될 때면 연습장에 인물화를 그렸어요. 주변 사람들이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면 가끔 ‘미대에 진학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서주연 양이 평소 수학 공부한 내용을 그림으로 정리한 ‘수학노트’
서주연 양이 평소 수학 공부한 내용을 그림으로 정리한 ‘수학노트’
만화 같은 수학노트… 그림이 수학과 만나다


그림에 대한 넘치는 소질과 열정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림으로 정리하는 일로 이어졌다. 고1 때부터 만화의 상상력을 동원해 작성한 수학개념도가 대표적인 예.

수학을 유독 좋아했던 서 양은 다양한 연예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수학 공식과 개념을 설명하는 모습을 담아 수학노트를 작성했다. 아라시 멤버들이 등장해 복소수의 개념과 특징을 소개하는 식. 아라시 멤버인 사쿠라이 쇼가 ‘닫혀 있다’라는 개념을 정리하면, 또 다른 멤버 마츠모토 준이 ‘복소수의 상등’을 소개했다. 개념이 모두 파악된 뒤엔 멤버들이 돌아가며 복소수의 제곱근 계산을 게임하듯 설명했다. 이런 독특한 수학노트는 담당 교과 교사의 눈에도 띄었다. 교사는 ‘집합과 명제, 수체계 등 해당 단원에 대한 자신의 수학지식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언어, 그림 등을 활용해 표현했다’라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서 양을 평가했다.

‘수학개념도’로 미대 관문 통과

고3이 되고 수시모집 지원서 작성 기간이 다가오면서 서 양은 진로 고민에 빠졌다. 더이상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한 서 양. 바로 그때였다. “서울대 미대가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일부 학생을 선발한다”는 친구의 전언은 서 양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미대 입시생들이 습작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 듯 저는 수학노트를 묶어 ‘수학개념도’라는 이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그걸 본 부모님은 더이상 미대 진학을 반대하지 않으셨지요.”

서 양은 서울대 미대 합격생이 되고서야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소묘, 수채화, 유화뿐 아니라 컴퓨터에 태블릿(그림판)을 연결해 하는 드로잉 작업도 재미있다. 서 양의 꿈은 자신이 수학노트를 흥미롭게 구성했듯 어려운 경제이론을 이미지를 통해 손쉽게 정리한 경제만화책을 만드는 일이다. 그는 디자인 감각을 갖춘 경영자가 되겠다는 당찬 비전도 갖고 있다.

“이제부턴 그림뿐만 아니라 경영 등 다른 분야들을 함께 공부해 창의성을 갖춘 융합 인재로 성장하고 싶어요.”

글·사진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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