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열두살 꼬마커플, 사랑의 도피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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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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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봉 ‘문라이즈 킹덤’

“요런 깜찍한 커플을 어쩌면 좋을까.” 익살스러운 장면의 연속인 ‘문라이즈 킹덤’. 진진 제공
“요런 깜찍한 커플을 어쩌면 좋을까.” 익살스러운 장면의 연속인 ‘문라이즈 킹덤’. 진진 제공
31일 개봉하는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열두 살 ‘꼬마 커플’의 러브 스토리다. 그런데 15세 이상 관람가라니…. 영화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965년 미국의 한 시골마을. 들판에서 야영을 하던 보이스카우트 샘(자레드 길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랜디 대장(에드워드 노턴)과 다른 대원들이 샘을 찾아 수색에 나선다. 같은 시각 열두 살 소녀 수지(카라 헤이워드)도 부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지의 부모와 랜디 대장은 실종 신고를 낸다.

들판 한가운데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수지는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피크닉 차림이고, 샘은 한 손에 총까지 든 늠름한 보이스카우트의 모습이다. 손잡은 두 아이는 강물을 건너고 숲을 지나 해변에 이른다. 텐트를 친 뒤 해수욕을 즐긴다. 아담과 이브처럼 완벽한 이상향을 찾은 듯….

샘은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문제아.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친구는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외톨이 수지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귀여운 ‘도망자 커플’의 사랑을 철없는 어른들이 갈라놓으려고 혈안이다. 극장을 가장 소란스러운 웃음으로 채울 장면은 커플의 해변 댄스. 둘은 어른보다 더 어른처럼 속옷만 입고 샹송 반주에 맞춰 블루스를 춘다. 프렌치 키스를 해보는 익살스러운 장면에 이어 수지의 결정적 한마디. “내 가슴 만져도 돼.”

파스텔 톤의 화면은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 손가락을 넣어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카세트 플레이어, 각진 자동차들…. 그 시대 소품들이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삼각 천을 목에 두른 보이스카우트의 얼굴도 반갑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랍 속 깊이 넣어두었던 어린 시절 딱지가 담긴 보물 상자를 꺼내 보는 느낌. 깨알같이 배치된 익살스러운 장면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 ‘올해의 훈훈한 영화상’ 감이다. 성장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소나기’를 떠올리면 된다.

발칙하고 통통 튀는 1시간 30분짜리 동화는 ‘로얄 테넌바움’(2002년) 등을 연출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브루스 윌리스, 빌 머리, 틸다 스윈턴 등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들이 아역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좌’하는 데 만족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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