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중국 식사예절 꿰고있으면 비즈니스협상 술술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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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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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회식 독심술’

중국 관련 일을 하는 외국인들이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게 중국식 식사문화다. 중국은 풍성한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요리 주문부터 권주(勸酒)까지 나름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비즈니스는 골프장이 아니라 대부분 식사 자리에서 이뤄진다.

중국인들도 자기네 식사문화를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 경영 컨설턴트 정더밍(鄭德明) 씨의 ‘중국식 회식 독심술(中國式 飯局 讀心術)’은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을 위한 책이다. 식사 자리에서 상대를 간파하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고차방정식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식사 예절도 자세히 소개한 덕에 외국인들에게도 유용한 회식 지침서다. 저자는 ‘중국식 회식…’에 포함된 음주문화 편을 보완해 ‘중국식 술자리 접대학(中國式 酒局 應酬學)’이라는 책도 내놓았다.

회식의 첫 단계는 상대에게 식사를 제안하는 것. 첫 만남에서 면전에 대고 식사를 청하면 자칫 퇴짜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제가 방금 잘 아는 식당에 음식을 맞춰놨는데 사흘 정도 끓여야 한답니다. 그때 시간이 되면 함께하시는 게 어떨지요” 식으로 적당한 구실을 갖다 붙이되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좋다.

다음은 자리 배정. ‘상좌존동(尙左尊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주빈은 방문과 마주 보는 곳에 배정하고 본인은 문 쪽에 앉는다. 주빈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주빈의 왼쪽에 앉힌다. 주빈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중요한 순서대로 2, 4, 6번이, 오른쪽은 3, 5, 7번이 앉는 방식이다. 주빈이 문을 마주 볼 수 없는 구조이면 문을 정면으로 보는 쪽에서 바로 오른쪽이 상석이다. 테이블이 많은 넓은 홀이라면 동쪽에 주빈을 앉혀야 한다.

음식 주문은 크게 국물이 있는 탕, 따뜻한 음식(러차이·熱菜), 차가운 음식(량차이·凉菜)으로 구성한다. 6명이면 량차이 서너 개, 볶음 요리 서너 개에 주메뉴 한 개와 탕 한 개, 디저트 한두 개 정도 시켜야 한다.

이때 주의할 대목이 음식의 재료다. 격식을 갖추려면 △육류(畜) △날짐승(禽) △물고기(魚) △새우(蝦) △게(蟹) △채소(蔬菜) 등 6가지가 들어가야 한다. 음식의 맛도 △진하고(濃) △담백하고(淡) △달고(甛) △짜고(鹹) △매운(辣) 것이 테이블 위에 모두 올라올 수 있게 안배해야 한다. 참석자별로 돌아가며 한 가지 요리를 시키되 탕이나 디저트는 주빈에게 선택권을 준 뒤 사양하면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식사 때 주빈의 운전기사가 합석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맨 끝자리에 좌석을 배치해주면 된다. 저자는 기사가 합석하는 경우는 주빈이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조언한다.

식사를 하면서 술을 곁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인이 수없이 많은 중국 술을 꿰고 있기는 불가능하다. 술자리 예절만 잘 알아도 절반은 성공이다. 고급 식당에서는 종업원이 술을 따라준다.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는 잔을 뒤집어 놓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잔 위에 가볍게 손을 얹어야 한다. 상급자나 손님이 따라 줄 때는 술잔을 그대로 둔 채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구부리고 탁자를 가볍게 두세 번 두드려 감사를 표한다. 아랫사람이 술을 따라 주면 엄지와 검지 중지를 한데 모아 탁자를 가볍게 두드린다.

중국의 대표 술인 바이주(白酒)는 상온에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상 10∼12도 정도에 냉장해뒀다가 15∼30분 전에 미리 뚜껑을 열어 놓으면 맛이 한결 낫다고 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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