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61>리스크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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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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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그린 ‘세한도‘.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의 의리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해 그린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그린 ‘세한도‘.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의 의리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해 그린 것이다.
삶은 계속되는 리스크(위험 요소)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리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그것이 없으면 발전도, 이익도, 확장도 없다. 리스크 감당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리스크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리스크에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제나라 맹상군은 백성에게 약간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자 회수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러자 맹상군 집에 머물던 식객 중 한 명인 풍환이 “이자를 받아 오겠다”고 했다. 맹상군이 “그러라”고 하자 풍환이 질문했다. “이자를 받으면 뭘 사올까요?” 맹상군은 “어떤 것이든 좋으니 이곳에 부족한 것을 사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풍환은 10만 전이라는 이자를 받은 후 원금에 대한 차용증을 모두 불살라 백성의 빚을 탕감해줬다. 아무것도 사오지 않은 풍환을 보고 의아했던 맹상군이 “무얼 사왔냐”고 물었다. 그때 풍환은 “은혜와 의리”라고 대답했다.

이후 맹상군은 왕의 미움을 사 관직을 박탈당했다. 그러자 그의 집에 머물던 수많은 식객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모조리 도망가고 말았다. 맹상군은 거처할 곳마저 마땅치 않게 됐다. 그때 풍환이 그의 손을 잡고 원금을 탕감해줬던 백성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맹상군이 온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마을 입구까지 나와 그를 반갑게 맞았다. 맹상군은 그때서야 “은혜와 의리를 사왔다”는 풍환의 말이 어떤 뜻인지 깨달았다.

최강의 리스크 대비법은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타인의 리스크를 공짜로 감당해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먼저 상대의 리스크를 감당해줘야 한다. 풍환이 빚을 탕감한 후 “의리와 은혜를 샀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리스크에 대비해 ‘원금’이라는 백성의 리스크를 먼저 탕감해줬다. 그것이 ‘의리와 은혜’로 돌아와 맹상군의 리스크를 탕감해준 것이다. 타인이 겪는 리스크를 외면하지 말고 먼저 감당해보라. 반드시 ‘은혜와 의리’로 당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리스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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