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BMW 750Li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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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코·오토… 첨단기술이 미래를 앞당겼다


BMW는 항상 ‘지금이 미래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대형 세단 ‘7시리즈’가 있다. 7시리즈는 1977년 1세대가 나온 뒤 지금의 5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35년 동안 기술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진보의 아이콘 역할을 해왔다. 고급 대형세단 시장의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적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 BMW 7시리즈의 진화

1994년 나온 3세대 모델의 세련된 실내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은 BMW가 대형차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대형세단도 스포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3세대 모델이 도입한 컬러모니터는 이후 고급차의 상징이 됐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한 가장 큰 혁신은 2001년에 나온 4세대 모델이었다. 기존 BMW의 디자인을 탈피해 외계에서 온 듯한 외관을 입혔고 첨단 전자장비를 대거 도입해 사용자 편의성과 주행성능을 혁명적으로 높였다. 실내 디자인 역시 날카로운 선과 면을 적절히 조화하고 다양한 색깔을 넣어 럭셔리 인테리어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초로 도입한 각종 첨단 장비들이 예기치 못한 고장을 일으켰고 때로는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쉬움도 남겼지만 판매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S클래스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첫 7시리즈가 됐다.

○ 얌전해지고 안정화된 5세대 모델


이에 비해 2008년 나온 현재의 5세대 7시리즈는 외관이 4세대에 비해 차분해졌고, 신기술이나 혁신의 폭도 적어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내구성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최첨단 기술이 안정화됐고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 대폭 적용돼 새로운 혁신을 이뤄냈다. 한층 숙성된 5세대의 성능개선 모델이 최근 나왔다. 시승한 모델은 뉴 7시리즈의 중추역할을 하는 ‘750Li’.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드는 아이템들이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날렵한 분위기를 주는 전면부다.

안으로 들어가면 계기판이 10.2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뀐 것이 눈길을 끈다. 모니터에 그래픽으로 계기판처럼 표시하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정보의 표시가 가능하다. 계기판의 바탕색과 숫자, 바늘 등이 콤포트, 스포츠, 에코 프로의 3가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바뀐다.

○ ‘출력과 연비’ 두 마리의 토끼를 사냥

기존 5세대 750Li의 실제 서울시내 주행 연비는 L당 5km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도 겨우 10km를 넘겼다. 동력성능은 뛰어났지만 럭셔리 대형차를 타는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에 나온 뉴 750Li의 엔진에는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고정밀 가솔린 직분사 △더블 바노스 △밸브트로닉 △경량 알루미늄 크랭크케이스 등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총집결했다. 연료 소모를 최대 6%까지 절감할 수 있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도 들어갔다. 정지하면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다시 시동이 걸려 정차 중 연료소모를 없애는 장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며 감속할 때만 발전기가 돌아가도록 해서 주행 중에 발전에 들어가는 엔진 출력 손실도 줄였다.

특히 스위치를 눌러 운전모드를 ‘에코프로’로 바꾸면 냉난방 장치와 히팅 시트 기능 등이 절약모드로 바뀌고 시속 50∼160km에서 가속페달을 떼면 엔진과 기어가 분리돼 주행저항도 크게 감소시켜준다. 이에 더해 냉각수 펌프, 오일펌프,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도 효율적인 관리로 에너지 소모를 줄였고 차체의 공기저항까지 감소시켜 종합적으로 최대 25%의 연비 향상을 이뤘다고 BMW 측은 밝혔다. 실제 에코프로 모드로 주행해봤더니 서울시내 주행에서 L당 6km 안팎의 연비를 보였으며 고속주행에서는 13km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 다양한 편의·안전 기능 추가

새롭게 들어간 기능도 많다. 체형에 따라 시트 안장과 등받이 부분의 길이와 폭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맞춤형 시트에 앉은 것처럼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뱅앤올룹슨의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새롭게 들어가 오디오가 주는 현장감은 더욱 풍부해졌다. 1200W에 이르는 오디오 시스템에는 16개의 스피커가 연결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의 진화도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전방의 교통상황을 분석해 자동으로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이 시스템은 요즘 웬만한 고급차에 선택해서 넣을 수 있지만 브레이크가 걸릴 때 부드럽지 못해 승차감이 떨어져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사용하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750Li는 브레이크의 작동이 보통 운전자의 수준으로 향상됐고 앞 차를 뒤늦게 감지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거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 주행성능은 큰 차이 못 느껴

자동변속기와 엔진의 성능이 올라가 가속성능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운전자에게 느껴지는 파워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미 400마력 이상으로 충분한 출력이어서 기존 모델보다 42마력이 올라갔다고 해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핸들링이나 고속주행 안정성도 기존 모델과 사실상 같았다. 첨단 전자장치의 발전으로 인한 주행성능의 향상을 제외하면 BMW를 포함한 독일 브랜드의 기계적인 진화는 정체상태에 이른 것 같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이어의 소음이 이전에 탔던 750Li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차에 끼워진 피렐리 타이어의 소음 특성 때문인 듯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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