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對中 적자 시달리던 미국, 아편전쟁 덕에 허리 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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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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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제이 돌린의 ‘미국이 중국을 처음 만났을 때’

228년 전인 1784년 2월 22일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의 52번째 생일이었다. 5개월여 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은 더이상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라는 독립조약의 승인을 받은 조지 워싱턴은 일요일이었던 이날 자유를 만끽했을 듯하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같은 날 뉴욕 이스트리버의 항구에서는 두 척의 배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미 의회 파견단이 평화협정문을 들고 승선한 에드워드호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2월 초부터 강의 얼음이 녹기만을 학수고대해 왔던 중국황후(Empress of China)호의 존 그린 선장은 드디어 이날 1만8000마일의 태평양 저 너머 미지의 나라로 대항해를 시작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첫 만남을 시작한 날이다.

미국 역사를 소재로 한 저서로 인기가 높은 에릭 제이 돌린이 펴낸 ‘미국이 중국을 처음 만났을 때’는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 잡은 양국의 첫 만남이 태동한 날을 이렇게 묘사했다. 저자는 “에드워드호가 ‘미국의 출생증명서’를 들고 영국으로 향하던 날, 미국은 중국으로 출발하면서 새로운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선포했다”고 이 책에서 적었다. 현대에 글로벌 헤게모니를 놓고 중국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미국이 국제 교역 무대에 데뷔할 때의 첫 상대국이 중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흥미롭다. 영국의 영향으로 사실상 유럽과의 교역을 상당 기간 중단해야 했던 미국의 대안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었다.

현재 미국 정부와 국민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편한 감정의 근저에는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가 상품을 미국 시장에 내다팔면서 미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기고 있다는 무역 불균형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역 적자’의 문제는 이미 양국의 교역 초기에도 존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광저우(廣州) 항구만을 외국에 개방했던 중국은 사실상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였다. 반면 서구는 중국의 차(茶) 도자기 비단 무명섬유 등 자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입된 차 등 중국 물품을 독립 이후 직접 수입하길 원했지만 정작 중국은 미국에서 별 구미가 당기는 것이 없었다. 결국 미 교역상들은 해달가죽 물개가죽으로 중국 교역상을 유혹했고 이를 충당하느라 해달과 물개는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고 저자는 전한다. 나중에는 중국 가구업자들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나무인 백단향을 요구해 하와이와 피지 섬을 샅샅이 벌목해 중국에 공급했다.

저자는 미국이 첫 교역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해 ‘대단한 발명품을 지닌 신비로운 제국’으로 어렴풋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환상은 미 교역상들이 광저우에 도착해 주민들의 가난과 황실의 독재, 교역 때마다 속이려는 중국 무역상의 행태 등을 목격한 이후 산산이 깨졌다는 것이다.

중국이 서구에 대해 상대적 교역 우위를 차지했던 시기는 영국이 일으킨 아편전쟁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영국은 1840년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중국과 불평등 무역협정을 맺는다. 미국도 같은 조건으로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양국의 관계는 역전되었다. 당시 미국 무역상들은 “우리는 최대한의 무관심으로 (무역에 있어) ‘악마적인 기조’를 추구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중국 사람들을 남미에 노예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에도 미국 무역상들이 깊이 개입했다. 이런 아픈 역사적 경험이 결국 중국의 서구에 대한 경멸감을 키웠고 지금도 미중(美中) 관계와 교역에 잠재해 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G2의 미래를, 또 현재 양국의 교역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이 책은 디테일한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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