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작은 정원 큰 행복]페트병만 있으면 베란다서 귀뚜라미 “귀뚤귀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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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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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작년에 시기를 놓쳐 자세히 쓰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저 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벌레 덫’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본보 2011년 10월 22일자 B4면 그 놈의 연가시 때문에 꼽등이는…


페트병으로 만든 귀뚜라미 덫. 귀뚜라미는 곤충 중에서 가장 기르기 쉬운 편이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페트병으로 만든 귀뚜라미 덫. 귀뚜라미는 곤충 중에서 가장 기르기 쉬운 편이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벌레를 덫으로 잡을 수 있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물고기나 산짐승처럼 벌레도 덫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벌레잡이 덫은 물고기 잡는 도구인 통발을 응용한 것입니다. 페트병의 윗부분을 잘라낸 후 그것을 병 몸통에 거꾸로 넣고 고정하면 됩니다. 저는 스테이플러를 썼는데요. 좀 더 확실히 고정하고 싶으면 테이프를 이용하세요. 깔때기 모양의 입구로 들어간 벌레들은 나오는 곳을 잘 찾지 못합니다. 모서리를 따라 움직이는 습성 때문입니다.

이 덫을 눕혀놓으면 귀뚜라미 포획 틀이 되고, 세운 후 ‘파리잡이 칵테일’을 넣으면 초파리를 잡는 덫이 됩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벌레잡이 덫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1. 귀뚜라미 잡기와 기르기

저녁에 퇴근할 때면 아파트 화단 여기저기서 귀뚜라미들의 세레나데가 한창이더군요. 귀뚜라미 성충은 8월에 나타나기 시작해 10월 말 알을 낳을 때까지 활동합니다. 산란 후에는 짧은 생을 마감하지요. 8월 중순과 9월 초는 귀뚜라미 포획의 적기입니다.

벌레 덫 안에 미끼를 넣은 후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눕혀 놓아두면 귀뚜라미들이 알아서 들어갑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조미 쥐포나 오징어가 효과가 좋더군요. 멸치나 고소한 냄새가 나는 과자를 쓰셔도 됩니다. 이르면 1∼2시간 안에 귀뚜라미가 잡히는데, 밤중에 놓아두고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도 됩니다.

귀뚜라미는 키우기가 무척 쉽습니다. 아마 곤충 중에 가장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것이나 잘 먹는 잡식성이니까요. 과자나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도 가리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의 사료입니다. 저는 귀뚜라미에게 물고기 먹이를 줬습니다. 과일이나 채소는 곰팡이가 슬거나 썩을 수 있어 가끔씩만 주고, 남는 것은 즉시 치우는 게 좋습니다.

물을 줄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냥 그릇에 물을 담아주면 귀뚜라미가 물에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스펀지를 물에 적셔서 귀뚜라미가 물을 빨아먹게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저는 구멍이 뚫려 있는 이쑤시개 통에 운동화 끈을 넣어 물이 흡수되게 했습니다. 참, 귀뚜라미는 약간 건조하게 키워야 기생충이 생기지 않습니다.

여러 마리를 키울 때는 숨을 곳을 마련해 주세요. 서로 싸우거나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중국 사람들은 귀뚜라미 싸움으로 내기를 하기도 합니다. 귀뚜라미를 기르는 통 안에 신문지를 구기거나 접어서 넣어주면 좋습니다.

2. 초파리를 위한 ‘죽음의 칵테일’

벌레 덫을 세로로 세워놓으면 초파리용이 됩니다. 요즘 같은 때엔 과일이 많이 나오는데, 이 과일에서 초파리가 생기기 쉽습니다. 자꾸만 음식이나 사람에게 달라붙어 무척 성가시지요.

초파리 덫에는 액체로 된 미끼를 넣는데, 제조법이 칵테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식초 2큰술에 설탕 2큰술, 청주 약간을 섞은 다음 물을 조금 부었습니다. 그러고 나선 먹다 남은 과일 조각(또는 과일 껍질)을 넣었습니다. 정말 칵테일을 만드는 것 같죠?

‘레시피’는 제 것과 다르게 쓰셔도 됩니다. 다만 새콤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게 포인트입니다. 벌레잡이 칵테일이 오래 묵어 숙성될수록 초파리가 더 잘 꼬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소주를 섞는 분도 있더군요. 초파리가 취해서 뻗어 버린다고 합니다.

과일 조각이나 껍질은 반드시 식초 용액 속에 잠겨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기에 노출되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초파리가 그곳에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페트병 구멍이 너무 크다 싶으면 신문지로 고깔을 만들어 끼워도 됩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페트병#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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