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10>‘오답노트 짱’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실패한 공부법만 20가지… 오답노트로 성적 쑤욱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은 20개가 넘는 학습방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마침내 자신만의 오답노트 작성법을 찾고 나서 성적이 향상됐다.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은 20개가 넘는 학습방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마침내 자신만의 오답노트 작성법을 찾고 나서 성적이 향상됐다.
“중학교 시험은 만점이 80점인가?”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15)은 지난해 중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 어색했다. 대부분 과목 성적이 80점 이하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이른바 ‘올백’을 받은 적도 숱하게 많았던 박 군. 태어나서 이런 성적표는 처음이었다. 100점이 한 과목도 없다는 게 이상했다. 1학년 1학기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합친 종합성적은 국어 72.75점, 수학 70.15점, 과학 79.65점.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던 영어만 91.65점으로 간신히 90점을 넘겼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후 2학년 1학기 박 군의 종합성적은 국어 91.7점, 수학 97.5점, 과학 99점으로 ‘급상승’했다. 박 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 학원 끊고 자율학습시간 늘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으로 충격을 받은 후 박 군은 7개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요지부동. 박 군은 원인을 ‘학원’으로 진단했다.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다 보니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고, 평일에도 집에 돌아오면 오후 11시. 체력도 달리고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경황이 없었다.

박 군은 마음을 크게 먹고 어머니에게 입을 열었다.

“엄마 저 한번 믿어보세요. 학원 이제 안 다닐래요.”

1학년 여름방학 때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제일 먼저 방에 있는 컴퓨터를 없앴다. 매일 1시간씩 하던 게임을 끊었다. 공부하러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물통 한가득 식수를 담아 들어갔다. 물 마시러 밖으로 나오면 집중해서 공부하던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오전 10시에 일어나 잠들기 전 밤 12시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곤 공부를 했다.

박 군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학생이 있을까?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공부법을 시도해봤다. △국어 공부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곧바로 사전 찾아보기 △역사 교과서 전부 외우기 △수학문제 무조건 많이 풀어보기 등. 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제가 시도했다 실패한 공부방법만 20개가 넘어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죠.”

박 군의 인생이 드디어 바뀐다. ‘오답노트’에 답이 있었다.

○ 나만의 오답노트 작성

오답노트가 가장 효과적이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기초가 없으면 쉽게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수학. 그러나 박 군은 1학년 1학기 70.1점이었던 수학점수를 2학년 1학기 97.5점으로 1년 만에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오답노트 작성에도 실패는 있었다. 글씨를 예쁘게 쓰고 깨끗하게 정리하려다 보니 틀린 문제를 노트에 받아 적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던 것.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궁리한 박 군은 자기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문제를 최대한 요약해 쓰기 시작했다.

또 오답노트에 동그라미로 난도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동그라미 7개는 ‘너무 어려워서 또 풀어도 못 풀 것 같다’, 3개는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2개는 ‘한두 번만 다시 훑어보면 맞을 것 같다’는 의미였다. 문제를 풀 때마다 동그라미 위에 ‘v’ 표시를 했다. 시험 보기 일주일 전부터는 다른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제쳐놓고 오로지 오답노트에 표시된 동그라미의 개수만큼 문제를 반복해 푸는 데 집중했다.

숱한 실패를 딛고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법을 찾은 후 성적이 오른 박 군은 외국어고 진학 후 해외 명문 공대에 진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사태에 격분해 한때 ‘적을 제압할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는 무기 제조 전문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할 만큼 뜨거운 가슴을 지닌 박 군. 그는 지금 항공우주과학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