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스폰서와 민주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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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샌델이 지적한 “2000년 커다란 피자헛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러시아 로켓이 우주 공간으로 광고를 실어 날랐다”는 사실과 “2001년 보석회사 불가리로부터 돈을 받은 영국의 소설가 페이 웰던이 자신의 책에 불가리 보석을 최소한 12번이나 언급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오늘날 야구경기장의 이름이 기업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홈으로 슬라이딩하는 것조차 이제는 기업이 후원하는 이벤트”라는 샌델의 책에 있는 사실은 몰랐다. 샌델은 “뉴욕생명보험 회사는 메이저리그 10개 팀과 판촉 계약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판이 홈에서 주자의 세이프를 외칠 때마다 기업 로고가 TV 스크린에 나타나고 중계 아나운서는 ‘홈에서 세이프. 안전하게 세이프. 뉴욕생명’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썼다.

나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자신의 사인을 개당 15달러에 파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박 때문에 야구에서 퇴출된 피트 로즈가 퇴출 관련 기념품을 파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몰랐다. 그 사이트는 “299달러만 내면 로즈가 자신의 사인과 함께 ‘야구 도박을 한 것을 사과한다’고 쓴 야구 볼을 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2001년 뉴저지의 한 초등학교는 기업에 학교 이름을 판 첫 공립학교로 지역 슈퍼마켓으로부터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는 대가로 체육관 이름을 ‘브룩론센터의 숍라이트’로 바꿨다. 2001년 미국의 7개 주가 스쿨버스 양 옆면의 광고를 허용했다”는 것도 샌델의 책을 본 뒤에 알았다.

샌델은 이를 나쁜 트렌드의 신호로 봤다. 샌델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경제를 갖는 것에서 시장사회가 되는 것으로 이동해왔다. 시장경제는 생산적인 활동을 조직하기 위한 가치 있고 유효한 도구다. 그러나 시장사회는 모든 것이 판매용인 곳이다. 여기서 시장가치는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샌델은 시장가치가 ‘공민적 실천(civic practices)’을 몰아내고 있다며 공립학교들이 상업 광고로 도배되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시민보다는 소비자가 되라고 가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삶의 모든 분야에 손을 뻗친 것은 부분적으로 냉전 종식의 결과였다고 샌델은 주장한다. 냉전이 끝났을 때 미국의 승리는 규제 없는 시장의 승리로 해석됐고, 시장은 공공 이익을 얻는 가장 주요한 도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는 미국인들이 지불하려는 세금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간격을 기업들이 채운 것이다.

1965년 월드시리즈 경기 때 뉴욕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의 좋은 자리 가격은 3달러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기장에 기업의 이름이 붙여진 지금, 부자들은 1년 정기권이 수만 달러인 스카이박스에 앉는다. 반면 일반 대중은 비가 올 때 비를 맞고 관람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을 함께 묶는 장소와 제도가 사라지고 있다. 샌델은 이를 ‘미국 생활의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 of American life)’라고 부른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지 못한다면 함께 공동 계획에 참여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사회를 고쳐야 할 때 우리는 크고 힘든 것을 함께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로의 이행이라는 흐름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샌델은 “오늘날 정치에서 놓치고 있는 큰 논쟁은 시장의 역할과 범위”라고 썼다.

“민주주의는 완전한 평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공동생활을 영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샌델은 결론지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의 차이점을 협상으로 해결하거나 감수하는 방법을 배우고, 공공이익을 좋아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민주사회#스카이박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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