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경제 독일’ 뒷심은 중단없는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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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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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재집권에 성공한 독일 좌파 사민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정당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혼란에 휩싸였다. 집권 2기를 맞이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이라는 이름의 경제개혁안을 내세우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슈뢰더 총리는 “독일에서 나태할 권리는 없다”며 실업보험금 및 실업수당 축소, 해고자보호 완화, 부가가치세 인상 및 법인세 인하, 학교 전일제(全日制) 수업 도입 등 개혁안을 발표했다. 1998년 17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노동시간 단축, 복지 강화 등을 내세우며 좌파 정부의 정체성을 다졌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당내 강경파가 “사민당의 기본 노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은 “독일의 경제불황은 노동자의 게으름 탓이 아니라 기업의 개혁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파 정부도 선뜻 도입하기 힘든 강력한 개혁안이었지만, 영국병보다 심각하다는 독일병을 앓고 있던 상황에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막대한 통일비용과 유럽 최고수준의 복지정책 탓에 2003년 1분기 독일 경제성장률은 ―0.2%까지 떨어졌고 실업률은 10.4%까지 치솟았다.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 적자로 유로존 권고 수준(3%)을 넘어섰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AAA인 독일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9년이 지난 지금 ‘어젠다 2010’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독일경제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재정개혁 정책으로 독일 재정수지는 개혁 4년 만인 2007년 0.3% 흑자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독일만큼은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총 3차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무리 없이 추진했고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 우파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출범했지만 전 정권의 개혁정책은 중단 없이 계속됐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이상훈 경제부 기자
기획재정부는 19일 펴낸 독일경제보고서에서 2000년대 독일 경제정책을 되짚어보면서 “최근 독일의 경제회복은 1990년대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개혁의지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국민적 합의를 거친 주요 경제정책은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감안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10년 뒤의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걱정이나 하고 있을까. 달콤한 복지의 결말은 이미 그리스와 남유럽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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