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사진사랑 이야기]<끝>기타리스트 김세황 씨

동아일보 입력 2012-04-13 03:00수정 2012-04-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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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홍보-팬과의 소통에 카메라는 뗄 수 없는 도구죠 《비니 무어, 거스리 고번, 진보 아키라 등 해외 기타리스트들이 내한공연을 할 때면 늘 1순위로 초청하는 국내 연주자. 야마하, 오렌지앰프, TC일렉트로닉, 서(suhr)기타 등 굴지의 해외 악기 제조사들로부터 악기 후원을 받는 국내 최초 아티스트(endorsement artist). 본격 데뷔 전인 ‘다운타운’ 시절부터 정교한 기타 연주로 이미 주목을 받은 사람. 신해철이 이끄는 록그룹 ‘N.E.X.T’의 기타리스트를 거쳐 최근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연주자. 바로 기타리스트 김세황 씨(41)에 대한 얘기다.》

기타리스트 김세황 씨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에 재직하던 2010년 다른 교수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인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전자기타로 협연했다. 이후 ‘사계’ 전곡을 서울시향, 불가리아 슈만 필하모니,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와 협연하면서 국제적인 크로스오버 연주자로 평가받았다.

최근엔 MBC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무대, SBS ‘키스 앤 크라이’의 주제곡 피처링, KBS ‘TOP밴드’에서 심사위원 및 멘토로 참여하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도 아울러 높여가고 있다.

그는 전문적인 작가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진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사진 찍기를 실생활에서 즐기고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나타난 이른바 ‘생활사진가’인 셈. 그가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 대학로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찾아 사진을 어떻게 찍고 활용하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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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대학로. 두 가지 표정의 조형물 앞을 남녀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비에 대처하며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의 장점인 ‘순간 포착’과 조형물의 조형미가 잘 어우러져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김세황 촬영. 2012.
반쪽은 소녀같이 치렁한 긴 머리, 다른 반쪽은 짧게 깎은 로커 헤어스타일을 했다. 신기하게도 오른쪽에서 보면 긴 머리와 뾰족한 턱 선이 이어지면서 날카로운 느낌인 반면, 왼쪽에서는 의외로 얼굴이 둥근 느낌이 되면서 온화한 표정이 된다. 왠지 터프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금방 깨진다. 첫인상과는 달리 다정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 개인적으로 사진 얘기만큼 록 기타리스트의 일도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클래식기타 연주자였는데 네 살짜리 어린 아들에게 작은 기타를 쥐여 주셨어요. 마침 그해부터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16세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어요. 거기서 기타 치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몰래 어머니에게 기타 코드부터 배웠죠. 초등학교 5학년 때 TV에서, 1969년도에 있었던 우드스톡 공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도 저렇게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좀 커서는 백인 친구들이 흑인을 무시하면서도 흑인 기타리스트인 지미 헨드릭스는 존경하는 모습에서 이중성을 느꼈어요. ‘황인종인 내가 기타를 치면 함부로 깔보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기타를 배웠지요. 기타 연주를 위한 기교와 속도는 이미 고2 때쯤 다 완성이 되었어요. 정말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기타만 친 결과죠. 이후로 실력이 늘었다면 상황에 맞게 하는 연주나 세련미, 연륜 등이 더해진 정도일 겁니다.”

○ 사진은 언제 접했나요.

피곤한 나들이. 2012
“어려서 미국에 살 때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어요.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최근입니다. 이전에 몇 대의 필름 카메라가 있었지만 생일, 기념일, 여행 등 때가 되면 꺼내서 쓰는 물건이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은 여행을 가든 뭘 하든 늘 남자가 사진을 찍었어요. 여자인 어머니와 여동생을 제외하면 남자는 아버지와 저뿐입니다. 이 말은 가족사진에 아버지가 찍힌 것은 모두 제가 찍었다는 뜻입니다(웃음). 연주가로서는 주로 사진에 찍히는 편이었죠. 그러다가 최근 5년 전부터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사진을 활용하는 일이 점점 늘었어요. 처음에는 소형 콤팩트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최근 휴대전화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인가요.

“예, 아직까진 콤팩트 카메라의 화질이나 성능이 휴대전화 카메라보다 우수합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고요. 성능이 조금씩 좋아질 때마다 콤팩트 카메라를 하나씩 장만하다 보니 벌써 5대나 있어요. 그럼에도 최근 휴대전화 카메라를 많이 쓰는 까닭은 통신기기와 일체형이라 속보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어떤 현안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곧장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면 30분 안에 무수히 많은 반응을 받아 볼 수 있잖아요. 카메라로 찍으면 컴퓨터와 연결해야 하니까 시간과 장소가 필요해요. 특별히 고화질을 요하는 사안이나 정교한 작업을 보여줘야 할 때는 콤팩트 카메라를 이용해요. 따라서 요즘은 좋은 카메라보다 사진 쓰임새에 맞는 적합한 카메라를 고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주로 사용하는 SNS는 무엇이며 어떤 글과 사진들을 올리나요.

“저는 홈페이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모두 해요. 팬들을 위해 주로 제 공연 스케줄을 올리고요. 팬들로부터는 기타나 연주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기타를 잡는 방법, 연주 방법, 어떤 장비를 쓰느냐 등 다양한 질문들이 올라옵니다. 기술적인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까 제가 직접 파지법이나 연주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드려요. 저는 음악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한 나눔 교육도 하는데요. 이들에게도 제가 시간이 나지 않으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대신합니다. 사진이 제 음악 활동 홍보, 팬들의 반응, 재능 기부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셈이죠.”

○ 팔로어가 많나요. 사진은 어느 정도 자주 올리나요.

“유명 연예인만큼은 아니고 트위터는 6000명, 페이스북은 5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사진은 평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올리는 것 같아요. 이미지는 복잡한 말보다 직접 보여주면 그것만으로 소통이 되잖아요. 따라서 저에게 사진은 아주 좋은 일기나 메모장인 셈이죠. 사진으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반응을 기다려요. 똑같은 이미지를 보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올라오는 게 신기합니다.”

○ 연주자로서 카메라와 전자기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카메라는 이미지, 기타는 소리를 생산하는 별개의 도구입니다. 그렇지만 둘 다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사진은 눈으로 보면서 이미지를 완성시키지만 기타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머리로 이미지를 그린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환희’라고 하면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든지, ‘평화’ 하면 푸른 초원과 양떼 그리고 뭉게구름이 떠 있는 대관령 목장을 떠올리는 식이죠. 한마디로 남의 논픽션을 많이 알면 연주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제가 연주 도중에 아파트 관리비를 냈는지 안 냈는지 하는 딴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연주하면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저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다행히 연주 중에 실수는 하지 않았어요.(웃음) 또 전자기타는 카메라만큼이나 전자 내지는 기계적인 원리가 중요해요. 전자기타를 잘 다루려면 웬만큼 전자기계공학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선 카메라의 기계적인 테크닉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 음악 외에 사진과 관련된 계획이 있다면….

“얼마 전부터 하이브리드 카메라인 올림푸스 펜을 사용합니다. 디자인이 옛날 집에 있던 필름 카메라와 비슷해 정감이 가는 저의 다섯 번째 카메라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아직까지 떨림이 심하거나 연사가 되지 않아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중요한 사진은 꼭 이걸로 찍습니다. 특별한 사진 관련 계획은 없고 세상의 아버지들처럼 집에서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많이 찍고 싶습니다. 이제 다섯 살, 한 살인데 큰 딸애는 벌써 장난감 기타를 들고 분위기를 잡는 것을 보면 저를 닮았나 봅니다.”
사진 전문가가 아닌 기타리스트에게 사진에 관한 더 깊은 질문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최근 그의 연주 활동과 음악세계로 화제를 돌려 봤다.
○ 비발디의 사계 전곡을 협연한 소감을 말해주시죠.

“바이올린은 생겨난 역사만큼 유연하고도 폭넓은 음악적 표현이 가능해요. 반면에 전자기타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생겨난 악기예요. 클래식 음악을 전자기타로 소화하다 보니 처음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당혹스러웠어요. 저는 기타리스트이니 전자기타의 매력도 잘 표현해야 하잖아요. 전반적으로는 제 소리가 튀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와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 백남준 5주기에 참석하신 일도 있죠.

“추모제 주최 측의 초청으로 그곳에서 백남준 선생을 추모하는 기타 연주를 했습니다. 연주 도중 퍼포먼스로 기타를 부쉈는데요, 그 행위에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기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부서진 기타는 백 선생님의 유품 그리고 1주기 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부쉈던 피아노와 함께 봉은사에 전시되었습니다.”

○ 기타 속주로 유명한데….

“속주란 빠르기뿐만 아니라 정확도가 있어야 해요.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컴퓨터를 동원해 연주하던 때가 아니라 빠르고도 정확한 연주를 요구하는 수요가 있었어요. 1995년 N.E.X.T 당시 발매한 앨범에 영화 주제가 ‘러브 스토리’를 편곡해 연주했는데 그게 아마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 지금까지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죠.

“고아나 어려운 아이들 음악 교육에 꾸준히 참여하거나 그들을 제 연주회에 초청하는 일을 합니다. 또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20여 개 해외 악기 제조사로부터 악기를 협찬 받아 세종문화회관이 주관하는 재능 나눔 활동을 돕습니다. 물질적인 성공은 본인 하기 나름이고 운도 따라야겠죠. 하지만 재능 기부는 마음과 시간만 있으면 되잖아요. 저는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분의 기타 테크닉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분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서 남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진정한 인생의 성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본업인 록 연주를 하면서도 클래식과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이무지치 실내악단, 올해 창단되는 올림푸스 앙상블 등과도 협연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또 다른 계획은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밴드를 구성하고 음악으로 이들을 교화하는 일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오케스트라를 지향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클래식에는 관심이 적고 오히려 록밴드나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는 로커다. 이미 나이 40을 넘겼지만 기타리스트로서의 기백은 여전히 젊은이다. 속주를 즐기고 즉각적인 팬들의 반응을 살피며 클래식의 경계를 넘어 크로스오버 공연을 자신 있게 시도하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한층 성숙해진 연주에 대한 자신감과 SNS 등 세상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빠르게 습득하는 많은 정보가 그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함께하는 삶도 그를 힘차게 한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펼칠 그의 다양한 연주 활동이 다시 한 번 기타리스트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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