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세화여고 2학년 이은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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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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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연연않고 역량 쌓기 위한 공부했죠”

《잡초. 서울 세화여고 2학년 이은진 양(16)의 별명이다.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바이올린을 배울 때 활 긋는 각도와 줄을 잡는 미세한 힘 조절에만 몇 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풍물동아리에 들어간 뒤에는 ‘연습하다 죽겠다’는 각오로 상모를 돌리며 운동장 수십 바퀴를 돌았다. 공부라고 달랐을까.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42등이던 그는 같은 해 2학기 기말고사에선 전교 38등으로 올랐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굴곡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오랜 기간 바닥을 훑다가 갑자기 위로 솟는 모양일 거예요. 과정이 고되고 힘겹긴 해도 쉬지 않고 끝까지 했어요. 바이올린도 풍물놀이도, 또 공부도요.”(이 양)》
○ 특목고 진학을 포기하다


전교 142등에서 전교 38등까지 성적을 올린 서울 세화여고 2학년 이은진 양. 그는 이과 계통의 지식과 법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특허변리사를 꿈꾼다.
전교 142등에서 전교 38등까지 성적을 올린 서울 세화여고 2학년 이은진 양. 그는 이과 계통의 지식과 법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특허변리사를 꿈꾼다.
이 양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뉴저지 주의 한 사립학교에서 중1, 2 과정을 공부했다. 오빠와 함께 홈스테이를 했다. 영어회화 실력이 부족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어실력을 먼저 늘려야겠다고 각오한 이 양. 평소 좋아하던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를 DVD로 보면서 영어 자막을 함께 읽었다. 대사를 전부 외웠다. 모르는 영어 표현은 무조건 외우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랐다. 영어실력이 갖춰지자 월반을 할 수 있었다.

2년을 미국에서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와 중3 과정을 다녔다. 한국에서의 학교수업은 낯설고 어려웠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탓인지 한국어가 서툴어 국어 지문 독해가 어려웠다. 수학 진도가 미국보다 빨라 수학 도형 문제를 푸는 일도 쉽지 않았다.

“수학은 진도 차가 너무 컸어요. 미국에서는 대수 단원만 배웠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도형 부분을 배우고 있었어요. 도형 문제가 특히 어려웠어요. 또 미국 학교에서는 우리나라 중학교 과정인 9, 10학년 아이들한테 공부에 힘쓰기보다는 즐겁게 놀라고 말하는 분위기였거든요.”(이 양)

한국 학생들은 중3이면 ‘수험생’이다. 고등학교 과정의 선행 학습을 끝마친 친구들과 공부로 경쟁하는 것은 이 양 자신의 눈에도 무리로 보였다. 특목고 진학을 꿈꾸며 공부했지만 지원조차 못했다. 외국 학교에서 공부한 기간이 법률상 출석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출석 점수를 포함한 중학 내신점수로는 특목고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공부 방법의 전환… 나를 완성하는 공부로

세화여고에 입학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면학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 학교에 지원했다.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으며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 양은 수학공부에 손을 놓을 뻔했다. 생각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굣길에 차를 태워주시는 아버지와 수학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보자”고 조언해 주셨다. 대학 입학을 위해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생각을 우선 버렸다.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만을 놓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수학만 한 과목이 없다는 아버지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문제 하나라도 실수 없이 풀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함도 길러준다 생각했고요. 선행학습을 통해 문제 유형을 외우는 공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학원에는 안 갔어요.”(이 양)

이 양은 복습에 중점을 두고 원리를 깨닫는 방향으로 수학 공부방법을 바꿨다. 점수 몇 점을 더 받고 못 받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수학공부를 통해 자신의 실력이 올라갔는지만을 생각하며 공부했다. ‘역량을 쌓기 위한 공부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어떤 대학을 가든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궁금한 부분은 더 깊이 파고들어갔다. 고1 1학기 기말고사에서 7등급이던 수학 성적은 고2 2학기 기말고사에서 5등급으로 향상됐다.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에도 불구하고 고1 1학기 때는 학교 영어 시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지문을 읽고 빠르게 정답을 골라내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여름방학을 맞아 공부방법을 바꿨다. 독해 속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푸는 연습을 했다. 문제를 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지문은 통째로 외워 버렸다. 힘겨웠지만 참았다. 그러다 보니 문장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50분의 시험시간에 다 풀기 어렵던 영어 정기고사 시험을 25분 만에 풀 수 있었다. 고1 1학기 기말고사에서 73점이던 영어는 같은 해 2학기 중간고사에서 94점으로 올랐다.

이 양의 꿈은 특허변리사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특허 신청 기술의 실효성과 유용성을 검토하고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특허변리사는 이과 계통의 지식과 법학적 소양을 필요로 해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웃음)”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함승연 인턴기자 argu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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