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국가 존망 걸고 이란 핵과 싸우는 이스라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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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실장
황호택 논설실장
이스라엘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전라남북도만 하다. 유대인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려 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테헤란에서 기도 시간에 신도들에게 “시오니스트(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권은 잘라내야만 하는 암 덩어리”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개발 저지에 전 국민의 생존이 걸린 이스라엘로서는 합법, 비(非)합법 수단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올해 1월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제임스 본드의 007 영화 같은 장면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졌다. 이란 핵 과학자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이 탄 은색 푸조 승용차가 아침 출근길 정체가 심한 거리를 지날 무렵 두 명의 남자가 탄 오토바이가 접근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은 남자가 차량에 자석폭탄을 붙였다. 오토바이는 사라지고 9초 후 폭탄이 터져 로샨은 즉사했고 운전사 겸 경호원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010년 1월 테헤란대에서 교수로 재직 하던 핵물리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는 자택 인근 주차장에서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가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그해 11월에는 이란 핵개발에 관련된 주요 인물 두 명이 탄 차가 오토바이맨이 부착한 자석폭탄으로 폭발했다. 작년 11월에는 테헤란 교외의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 기지에서 화약고가 연쇄 폭발해 기지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과 다수의 병사가 폭사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메이르 다간 전 국장은 “핵 과학자 암살은 핵개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두뇌를 제거하고, 이란 과학자들이 다른 민간 프로젝트로 옮겨가도록 공포심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란의 핵개발 과학자들은 빠른 승진, 고액 봉급 같은 혜택을 받지만 훈련받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오토바이맨이 자신의 승용차 유리창을 노크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면 일이 손에 잘 안 잡힐 것이다.

모사드, 핵 저지에 非합법 불사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해 파괴한 전력이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때문에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올해 안에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기지에서 1600km 이상 떨어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자면 중간에 공중 급유를 받아야 한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처럼 당하지 않으려고 핵시설을 전국 10여 곳의 80m 이상 지하에 만들어 놓았다.

핵개발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계속되는 암살에 대해 이란 당국과 유럽의 언론은 배후로 모사드를 지목한다. 모사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모사드는 작년 1월 테러단체 하마스의 고위 간부를 두바이 호텔에서 살해해 하마스와 이란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으면서 이란의 핵개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모사드의 감쪽같은 비밀작전은 암살단 일행이 호텔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바람에 노출됐다.

모사드의 작전에서 보듯이 군이나 정보기관에서 수행한 비밀작전의 증거를 완벽하게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CCTV도 없는 바닷속에서 북한이 자행한 비밀작전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도 훨씬 힘든 작업이다. 다행히 민군 및 국제 합동조사반은 천안함을 격침한 어뢰 프로펠러를 찾아냈다. 천안함에서 사용하던 PC와 망원경을 건져 올린 바로 그 자리다. 어뢰 프로펠러에 ‘1번’ 글씨를 남겨 놓은 것은 북한의 실수였다. 북은 ‘1번’을 쓰지 않고 ‘1호’를 쓴다고 주장했지만 1996년 북한 잠수함을 타고 강릉에 침투했다 생포된 이광수는 북한에서 어뢰를 분해 수리할 때 혼동을 막기 위해 ‘1번’ ‘2번’ ‘3번’이라고 적는다고 증언했다. 서해 바다에서 한국 군함을 공격하고 1번이라는 글자가 쓰인 어뢰 프로펠러를 남길 범죄집단이 북한 말고 누가 더 있겠는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온갖 사이비 과학이론을 끌어대는 자칭 전문가나 친북인사들은 “아무튼 북한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할 것이다.

북핵에 경각심 없는 한국 사회

10Mt(메가톤)급 핵폭탄 하나도 서울을 생명체가 전멸한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에 대해 국가의 존망 차원에서 저지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의 거리보다 북핵은 훨씬 더 가까이 있는데도 우리는 너무 태평하다.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를 포격하는 불량국가가 보유한 핵이 방어용일 수는 없다. 미국은 지금 북한 핵보다는 이란 핵을 더 시급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 그사이에 북한은 핵탄두 개수를 점점 늘려갈 것이다.

오늘은 천안함 폭침 2주기이고 오늘과 내일 서울에서 53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5명이 모여 핵 테러를 차단할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은 핵 테러와 핵 공격에 대처하는 법을 이스라엘에서 배워야 한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이스라엘#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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