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위기의 美경제를 살릴 해법은? 前백악관 주인이 꺼낸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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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의 다시 일터로/빌 클린턴 지음·이순영 옮김/1만5000원·248쪽·물푸레

‘분노한 세대―미국의 젊은이들이 꿈을 억누른다.’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기는커녕 진로 계획을 수정하고 결혼도 미루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늘날 한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런 우울한 풍경이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백악관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이 펜을 꺼내든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옛말이 되어버린 미국의 현실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저자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책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릴 해법을 제시한다. 1993년부터 8년간의 재임기간에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뤄낸 대통령이었기에 현재의 불황을 진단하는 문장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3년 저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미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9%였다. 그가 퇴임하던 2001년 이 비율은 33%로 떨어졌지만 2010년에는 다시 62%로 치솟았다. 1990년대 평균 소득의 84% 수준이던 소비자부채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7%로 껑충 뛰었다.

저자는 이 같은 경제적 고통의 원흉으로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는 반(反)정부 패러다임을 꼽으며 이에 갇혀버리면 이념적 논쟁 너머에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버리지 않는 한 21세기 미국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그 대신 다시 일자리를 창출할 엔진을 가동하고 만성 부채를 해결할 전략을 세우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금융위기는 위험 대출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소홀했기 때문이며, 그나마 경기침체가 공황으로까지 악화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금융계를 지원하고 다양한 부양책을 쓴 덕분이라고 말한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미국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으로 그는 정부의 지출 삭감, 조세수입 확대, 경제성장 가속화를 제시한다. 특히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부자세(버핏세)를 적극 지지한 점이 눈에 띈다.

책의 절반에는 미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다시 잡기 위한 해법 46가지를 담았다. 일자리 창출 전략, 청정에너지 사업 확대, 능력 있는 인력에게 이민의 문을 열어놓는 전략 등이 포함됐다. 통계와 분석을 바탕으로 꼼꼼하고 구체적 해법을 내놓은 데서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임 대통령의 진지한 고민이 엿보인다.

퇴임 후 클린턴재단 등을 통해 환경보호 사업을 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도 청정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여러 해법을 제시했다. 단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 비용 삭감, 국가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무역적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더운 날씨에 에너지 사용을 30%까지 줄일 수 있도록 지붕만이라도 흰색으로 칠하라거나, 전력을 전국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충분한 전송선과 빈틈없는 배전망을 완성하라는 식의 꼼꼼한 조언도 담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청의 역할을 확대하고 그동안 해외에서 조달했던 인력을 국내 인력으로 대체하며,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도록 이민법 개정을 비롯한 장려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자리 창출과 청정에너지 개발에 몰두해야 하는 한국의 당국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풍성하다. 반면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 경제 실적에 대한 자찬이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때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제 ‘Back to Work: Why We Need Smart Government for a Strong Economy.’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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