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계량기 왜 교체? 바꾸면 요금 더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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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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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진 눈금 바꿔 요금 ‘제대로’ 부과하는 것”

《 주부 김윤희 씨는 최근 아파트 게시판에서 ‘가스계량기를 교체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멀쩡해 보이는 계량기를 왜 바꿔야 하냐는 겁니다. 한 아주머니가 “계량기를 바꾼 뒤에 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 말도 떠올라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계량기는 왜 주기적으로 바꾸고, 계량기를 바꾸면 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는 소문은 사실일까요. 》
계량기는 가스와 전기, 수도의 사용량을 측정하는 장치로 사업자들은 계량기를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오차가 생기는 계량기로 인해 사업자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법으로 교체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김윤희 주부처럼 계량기를 왜 바꿔야 하는지, 계량기를 바꾸면 혹시 눈금이 빨리 움직여서 요금을 더 내야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종종 요금을 적게 내기 위해 계량기를 조작한다는 소문도 있어 궁금증은 더 커진다.

본보는 한국기술표준원(기표원)과 한국기계전자전기연구원(KTC)의 도움을 받아 계량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계량기 교체는 법에 명시


‘계량에 관한 법률(계량법)’은 가정용 가스계량기를 5년마다 교체하도록 했다. 가스계량기의 기계적 특성상 최소 5년에 한 번은 교체를 해야 오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기표원의 기술 테스트를 통해 입증됐다.

계량기는 사업자가 교체한다. 사업자들은 계량기를 교체할 때 대부분 신규 제품을 사용하지만 중고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수거한 계량기를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16개의 계량기 수리 회사가 있다. 수도와 전기의 계량기는 6∼10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등 교체 시기도 용도와 용량별로 차이가 난다.

사업자들은 계량기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대당 교체 비용은 2만 원 안팎이다. 이 비용은 5년(60개월)에 걸쳐 매달 300원가량씩 사용료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부과된다. 소비자들이 교체에 드는 비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중고품으로 교체하면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권영문 KTC 본부장은 “사업자들은 계량기를 싸게 구매해 약간의 이윤을 덧붙여 팔 수 있는 데다 제때 바꾸지 않으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사업자들이 내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체하면 눈금이 정상적으로 도는 것

계량기를 교체하면 눈금이 빨리 돌아가서 요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눈금이 빨리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김준호 기표원 연구관은 “계량기 안에 톱니바퀴 형태의 장치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이물질이 끼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계량기를 교체하면 눈금이 정상적으로 움직여 요금이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느낄 수 있다. 눈금이 느리게 움직이면 요금이 그만큼 덜 나오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도 계량기 교체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던 노모 씨는 수도요금을 줄이기 위해 계량기를 조작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에게서 요금을 줄이는 ‘비법’을 알아낸 뒤 6년간 총 2억 원이 넘는 수도요금을 횡령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계량기를 조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계량기를 제조할 때부터 아예 열지 못하도록 하거나, 분리하면 겉에서도 알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김준호 연구관은 “기표원 계량측정제도과의 중요한 업무가 새로 나온 계량기가 쉽게 분리돼서 변형되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량기를 변형하면 2년의 징역 혹은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 코너는 독자가 묻고 동아일보가 취재해 답하는 쌍방향기사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증이 생기면 오피니언팀(reporter@dong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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