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美 스콧 카니의 ‘… 붉은 시장’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제 장기매매의 섬뜩한 실태 “밀매 규모 적어도 수십억 달러”

몇 년 전부터 한국 영화계에서는 장기(臟器)매매를 소재로 한 작품과 생명 연장을 위해 장기를 구하려는 눈물어린 스토리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스크린에 비친 모습들은 ‘과연 저것이 현실세계일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20년 가까이 국제장기매매 시장을 심층 취재해온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스콧 카니 씨는 “현실은 더 무섭다”고 전한다. 그는 첫 출간작인 ‘피, 뼈 그리고 장기: 섬뜩한 붉은 시장’에서 불편한 진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 책의 맨 앞 장에서 그는 난데없이 자신의 가치는 25만 달러(약 2700만 원)라고 밝힌다. 이 수치는 그의 저축액도 자산도 아니다. 그의 몸을 분해해 각각의 장기를 국제장기매매 시장에 내놓을 때 받을 수 있는 액수다. 카니 씨는 몸 어디 하나도 레드마켓에서는 버릴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간 심장 콩팥 등 주요 장기는 생명 연장을 위한 의학용으로 판매되고 힘줄은 무릎을 다친 운동선수에게 이식된다. 심지어 사후(死後)라도 의사들이 남자 시신에서 정액을 추출해 여성의 임신을 돕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는 대목은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카니 씨는 “나는 다행스럽게 미국인이어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면서 동남아시아 국민의 장기는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국제장기매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인도적인 장기기증은 급감하는 반면 의료계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의 수요공급

체인은 마치 신발과 전자제품시장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그 시장은 적게 잡아도 수십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그는 책에서 밝혔다.

그는 장기매매 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직접 살면서 어두운 현실을 목도했다. 그는 2004년 대형 지진해일(쓰나미) 때 살아남은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캠프를 방문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워낙 많은 여인이 자신의 콩팥을 떼서 팔아 이 마을은 이제 ‘키드니 빌(Kidney Ville)’이라고 불린다는 것. 이들은 살기 위해 단돈 1000달러를 받고 브로커에게 장기를 팔아야 했다.

특히 ‘블랙 골드(Black Gold)’라고 불리는 머리카락 시장은 ‘붙임머리’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거래는 신을 섬기기 위해 머리카락을 바치는 인도 남부의 스리 트르말라 절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 이곳에 들어갔다가 몰려드는 여성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갔다는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이 시장은 9억 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의 결론에서 “이 주제에 대한 도덕적인 잣대는 별 소용이 없다. 다만 장기를 구입할 때 장기를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은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프리랜서인 저자는 지난해 오리건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수여하는 인권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윌리엄 모로사 출간, 정가 25.99달러.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