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현장 체험]보컬 트레이닝

  • Array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끝없는 교정에 숨찼지만 드디어 내 목소리를 찾았다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이스펙트’ 연습실에서 동아일보 이미지 기자가 목소리 테스트를 받고 있다. 조홍경 원장은 “보컬전문학원은 노래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이스펙트’ 연습실에서 동아일보 이미지 기자가 목소리 테스트를 받고 있다. 조홍경 원장은 “보컬전문학원은 노래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여도….”

노래 가사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자우림’의 ‘팬이야’는 기자의 노래방 ‘18번곡’인데, 적막한 연습실에서 익숙지 않은 반주에 맞춰 부르려니 시작부터 목이 잠겼다. 고음 부분부터는 원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절을 마치자 보컬트레이너가 말했다.

“중저음이 힘이 없어 언밸런스한 노래가 됐네요. 고음도 듣기에 좀 카랑카랑하고.”

대학 때 학내 밴드 보컬을 해본 적이 있다고 소개하려던 마음은 트레이닝 시작 1분 만에 사라졌다. 보컬트레이너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앞으로 1시간 동안 난감한 상황이 많으실 거예요.”

○ 목소리 테스트… 이어지는 날카로운 지적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보컬전문학원 ‘보이스펙트(Voiceffect)’를 찾았다. 조홍경 원장은 명지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개인레슨을 시작해 15년간 양파 화요비 이기찬 SG워너비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해 왔다. 최근에는 MBC ‘위대한 탄생’과 Mnet의 ‘슈퍼스타 K’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조 원장은 기자를 본관 건물 7층의 연습실로 안내했다. 피아노와 갖가지 녹음장비, 푹신한 소파, 검회색 카펫, 붉은 천 재질의 벽장식이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밝은 색채의 벽장식은 경쾌한 느낌을 줬지만 목소리 테스트를 마친 기자의 마음에는 추적추적 비만 내렸다.

“음…, 가수의 발성을 따라 하려 하기 때문에 입과 혀에 힘이 잔뜩 들어갔어요. 본인 소리를 찾아야겠네요.”

조 원장이 곧바로 훈련에 들어가자며 피아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견적’을 내고 훈련 계획을 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보컬트레이너가 노래의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지요. 사실은 본인의 목소리를 찾고 감성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 자연스레 노래를 잘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건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이라 사람에 따라 교수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 약점을 극복하는 발성 특훈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조 원장은 먼저 ‘스케일’을 해보자며 건반을 눌러 시범을 보였다. ‘도미솔도미솔’까지 올라갔다가 ‘파레시솔파레도’로 내려오는 음을 한 음정씩 높여가며 부르는 것이었다. 일단 한 옥타브 반 스케일을 들어본 조 원장은 ‘소프라노(soprano)형’이라고 평했다.

“소프라노형들은 흔히 중저음이 약하죠. 중저음을 강화함과 동시에 그것이 고음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목소리의 약점을 극복하면 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 노래 자체를 즐길 수 있죠. 그것이 노래를 잘할 수 있게 하는 비결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평을 듣는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조 원장의 말을 복기했다. 그에 따르면 동양 여성은 70%가 소프라노형일 정도로 ‘저음 불가’가 많아 학원을 찾는 여성들 대부분 비슷한 ‘중저음 강화’ 훈련을 거친다고 했다.

“일단 고음과 중저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훈련부터 해보죠. 머리가 울리는 ‘두성’을 연습할 건데요. 두성은 진성(중저음)과 가성(고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줍니다.”

조 원장이 머리 앞쪽에 손바닥을 올리고 소리를 내 진동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게 두성입니다. 두성을 유발하는 ‘ㄴ’과 ‘ㅁ’이 들어간 소리로 스케일을 불러보겠습니다. ‘내’부터 시작하죠.”

머리 앞쪽에 한층 신경을 곤두세우고 건반을 따라 음정을 따라 불렀다.

“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

‘넘’ 그 다음은 ‘냄’ 그 다음은 ‘미’ 그 다음은 ‘매’가 이어졌다. 조 원장의 주문도 뒤따랐다.

“‘생소리’를 내지 말고 안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보세요.”

“바람 새는 소리가 아니고, 힘을 담아서….”

“진성에서 가성으로 넘어갈 때 걸리지 말고요.”

곧이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흉성. 조 원장은 “중저음을 강화하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기’ ‘거’ ‘개’ 마지막으로 한 음씩 끊어 부르는 스타카토 ‘걱’이 이어졌다. 폐활량만큼은 자신 있다고 믿어온 기자도 스케일을 몇 번 계속하자 숨이 찼다.

“그냥 ‘걱’ 하지 말고 상체가 흔들리도록 가슴에서부터 ‘걱 걱!’ 소리를 끌어내 보세요.”

에라, 기왕에 하는 거. 민망함과 어색함을 무릅쓰고 힘차게 소리를 끌어올렸다.

“걱! 걱! 걱! 걱! 걱! 걱! 걱! 걱! 걱! 걱! 걱!”

조 원장이 “예, 좋아요” 했다. 뿌듯한 마음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곧바로 지적이 들어왔다. “입을 옆으로 벌리지 말고 동그랗게 모으셔야 해요. 그래야 목이 열려 눌린 소리가 안 납니다.”

○ 내 목소리, 내 노래를 찾다

발성 특훈은 30분간 이어졌다. 조 원장은 “요새 수강생이 늘고 그 분포도 다양해졌는데, 이 기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배우시는 편”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 때문인지 가수를 지망하는 10, 20대뿐만 아니라 30, 40대 주부, 50대 남성들도 전문과정에 등록한다. 학원 수는 전국적으로 1100개가 넘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발성 연습을 마치고 조 원장이 아까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러보자고 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여도….”

발성했던 방식 그대로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배와 가슴에서 소리를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한 음정 한 음정에 힘을 실었다. 소리에 힘을 주다 보니 소리를 꺾거나 울리는 기교는 줄었다. 대신 1시간 전 불렀을 때보다 한층 편안하게 불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 원장이 말했다.

“제가 사실 아까 처음에 부른 곡을 녹음해 놨는데요. 훈련 전후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설마 1시간 교육으로 천리 길 가랴. 무심하게 녹음 음성을 기다리던 기자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떨리는 음과 듣기 거북한 고음, 억지로 꾸민 듯한 울림의 첫 곡과 달리 두 번째 곡은 멋모르는 아마추어가 듣기에도 자연스럽고 듣기 좋았다.

“이게 ‘본인의 노래’입니다. 약점을 극복해서 보다 자신 있게 본인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누구나 자신만의 감성으로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는데요. 우리 같은 사람을 거쳐 이런 본인의 소리를 찾으면 개성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비법을 전수한 조 원장이 꾸준한 연습을 강조했다. 노래 과제를 하나 달라고 부탁하자 웃으며 말했다.

“본 목소리를 들어보니 ‘자우림’보다 ‘아이비’나 ‘아이유’ 노래가 잘 어울리실 것 같네요. 목소리가 예쁘고 좀 섹시한 구석이 있어서요.”

섹시한 목소리라. 1시간여의 피로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강한 인턴기자 부산대 법학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