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여보, 부모님께 ‘세컨드 폰’ 해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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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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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가게에서 종종 마주친 한 멋쟁이 중년 여성과 인사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분은 스마트폰과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사줘서 스마트폰을 쓰긴 쓰는데 영 쓰기가 어렵단 말이에요. 그래서 원래 쓰던 일반 휴대전화도 동시에 쓰죠.”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4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그런데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과거의 피처폰을 동시에 사용하는 ‘세컨드 폰’ 이용자도 많아졌습니다. 용도에 맞게 세컨드 차를 갖는 사람들처럼 휴대전화도 세컨드 폰을 갖는 트렌드가 생긴 겁니다. 그 유형을 나눠 봤습니다.

▽업무용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개인용은 피처폰=
회사에서 통신비를 대주는 업무용 통신기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쓴다. 업무에서 발 빠른 e메일 확인과 정보 검색이 중요하기 때문. 하지만 개인용 통신수단으로는 회사에 번호를 알리지 않은 피처폰을 쓴다.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컴퓨터=스마트폰으로 데이터 검색을 많이 하다 보니 배터리가 빨리 닳아 통화는 피처폰으로 한다. 스마트폰을 전화기가 아니라 통화 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여기는 부류다.

▽나는야 ‘테크노 할아버지, 할머니’=
자녀가 선물해준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손가락으로 넘기면서 귀여운 손자 손녀의 모습을 자랑한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지만 정작 사용법을 잘 몰라 기존의 피처폰도 함께 쓴다.

▽안 터지는 스마트폰에 열 받다=
통화 품질이 나쁜 스마트폰에 원한을 품은 부류. 극단적으로 위약금을 물더라도 통신사나 기기를 바꾸는 이들도 있지만 소심한 부류는 약정을 원망하며 공짜폰인 피처폰을 또 마련한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얼리어답터들은 스마트폰을 초창기부터 쓰기 시작한 후 최근엔 단순 기능의 피처폰에 눈독을 들인다. 디자인의 고수들이 경지에 오른 후 단순함을 찾는 이치와 같다.

이런 ‘틈새 트렌드’를 전자통신업계도 읽어낸 듯합니다. 중장년층을 배려한 큰 글씨 스마트폰 프로그램, 단순함의 미학을 내세운 피처폰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2% 부족한 스마트폰 때문일 겁니다. 이 틈새 트렌드의 향방이 궁금해집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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