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 9개社 “현대 사명 NO!” 저축銀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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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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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현대(現代)’라는 사명을 쓰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저축은행의 불법·부실대출, 정관계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대’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이유다.

법무법인 광장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汎)현대 계열 9개사는 “현대 계열사로 오인될 수 있는 만큼 사명에서 ‘현대’를 빼달라”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청구 소송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1971년 동아신용금고로 출발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1999년 현대신용금고로 이름을 바꾸면서 ‘현대’ 사명을 써왔다. 12년 동안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현대그룹 측은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마음을 바꿨다. 최근 현대스위스 측이 현대유니콘스 야구단 감독을 10년간 맡은 김재박 씨를 자사 광고에 출연시킨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이에 앞서 범현대 계열사들은 14일 현대스위스 측에 ‘사명을 바꾸지 않으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경고 서한을 보냈지만 현대스위스 측은 사명 변경을 거부했다.

현대스위스 측은 ‘현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 금융사에 ‘현대’ 사명을 붙이지 못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현대’ 문패를 달고 싶었지만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의 반대로 각각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저축은행 이름을 둘러싼 오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저축은행은 대한제당그룹 계열사지만 삼성그룹의 저축은행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 현재 삼성저축은행은 사명 앞에 ‘TS’(대한제당의 약자)를 넣어 사용하고 있다. 신라저축은행도 과거 신한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신한금융지주 쪽에서 문제를 제기해 ‘신한국’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제조업과 금융업으로 업종이 전혀 다르고 오랫동안 써 온 사명이라 포기할 수 없다”며 “법원의 조정을 거쳐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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