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박준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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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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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42㎞ ‘자출족’ 3년 됐네요”

일주일에 3, 4번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박준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회사앞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등산과 마라톤, 장거리 수영 등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박 대표는 “이런 운동을 통해 인내하며 고비를 넘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주일에 3, 4번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박준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회사앞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등산과 마라톤, 장거리 수영 등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박 대표는 “이런 운동을 통해 인내하며 고비를 넘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08년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그가 알록달록한 자전거용 옷을 입고 선글라스에 헬멧까지 쓴 채 나타나자 직원들은 당황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그의 파격적인 복장에 가끔씩 놀란단다. 3층 사무실로 가기 위해 타고 온 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메고 사무실 계단을 오르는 그와 마주치는 일이 잦다는 직원은 “요즘도 깜짝 깜짝 놀란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11일 만난 위스키회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박준호 대표(45)는 이날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글렌피딕’ 등을 판매하는 박 대표의 회사 사무실에는 3년 전 그가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되면서 산 ‘메리다’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박 대표는 “날씨가 풀리면 일주일에 3, 4번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집에서 서울 송파구 회사까지 왕복 42km 정도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며 “차를 타도 40여 분 걸리는데 자전거로도 1시간 정도면 올 수 있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운동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잊지 못할 추억 준 자전거 친구들

박 대표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생 때부터다. 당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살던 그는 동네 친구 4, 5명과 함께 한겨울이나 여름을 빼고는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가는 곳은 주로 판문점이나 강화도. 100km는 족히 되는 거리를 6, 7시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때는 목적지에 도착해 친구들과 자장면 먹고 콜라도 마시는 게 낙이었다.

장거리를 다니자 욕심이 생겼다. 더 좋은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1979년. 용돈과 세뱃돈 등을 약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 18만 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흔치 않던 12단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새 자전거를 타고 나간 첫날은 박 대표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 됐다. 당시에는 3만 원짜리 철제 자전거가 대세였던지라 알루미늄 프레임에 앞 기어까지 달린 자전거를 본 친구들은 너도나도 한번 타보자고 졸랐다.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앞 기어가 있는 자전거를 처음 타 본 친구가 기어에 발이 끼여 넘어지면서 자전거가 박살이 났다. 박 대표는 “친구 앞에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눈물이 펑펑 났다”며 “고장 난 자전거는 고물상에 팔고 용돈을 모으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6개월 뒤에 똑같은 모델의 자전거를 다시 샀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만나던 친구들과는 여전히 만나며 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때를 이야기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 고비를 넘기는 법

그가 좋아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만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한때 마라톤에 빠져 2001년부터 3년 동안은 매주 10km씩 달리기를 했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하프 마라톤을 6차례 완주하기도 했다. 수영도 25m 코스를 50차례 왕복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하는 걸 즐긴다. 6, 7시간 동안 등산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비를 넘기고 끝까지 완주하면 만족감이 밀려온다는 설명이다. 교훈도 있다. 일을 하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인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등산을 하다가 이른바 ‘깔딱 고개’를 만나는 것처럼, 이런 운동들은 중간에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걸 넘기면 힘든 만큼 성취감이 따라온다”며 “이런 고비를 넘기면 능력의 120%를 발휘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스스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어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깨달음을 직원들과도 공유하고 싶어 회사 설립 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을 직원들과 등산하는 날로 정했다. 2008년 회사 출범을 위한 킥오프 미팅(프로젝트 첫 회의)도 한라산에서 했을 정도다. 박 대표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 “서로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고 건강도 챙겨줄 수 있어 등산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주류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파

코카콜라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등을 거친 박 대표는 오랜 시간 장거리를 이동하며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답게 싱글몰트 위스키가 갖는 ‘기다림의 미학’이 마음에 들어 윌리엄그랜트앤선즈를 택했다. ‘글렌피딕’과 ‘발베니’ 등 싱글몰트 위스키로 잘 알려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1886년 설립된 스코틀랜드의 증류주 제조회사다. 박 대표는 “원액을 만든 뒤 다시 최소 10년 이상 기다려야 제품으로 팔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100년 넘게 만든 회사의 전통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박 대표의 바람은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에 불과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좀 더 알리는 것. 이를 통해 위스키는 물론이고 럼이나 진, 테킬라 등 다양한 술을 즐기는 외국처럼 아직 협소한 국내 주류 문화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회사를 운영해 5년 뒤에는 지금의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박준호 대표는


―1966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 경성고 졸업
―1990년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 졸업
―1991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1993년 오비맥주 입사
―1996년 CJ㈜ 입사
―1998∼2000년 CJ㈜ 게토레이 브랜드 매니저
―2000∼2003년 코카콜라코리아 신상품 개발 총괄
―2003∼2004년 유니레버코리아 식품사업 대표 및 마케팅 이사
―2005∼2008년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동북아시아지역 사장
―2009∼현재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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