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나를 아는 일, 나를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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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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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대지, 남연옥 그림 제공 포털아트
고요한 대지, 남연옥 그림 제공 포털아트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60대 남성이 달리던 도중 사망했습니다. 몇 년 전 심장병 판정을 받았음에도 20년 마라톤 경력을 믿고 참가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장마비로 숨진 것입니다. 평소 등산을 자주 하던 50대도 산을 오르던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습니다. PC방에서 지나치게 게임에 몰두하다가 과로사하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면 불행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걸 우리는 보도를 통해 심심찮게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와 같은 일을 사망자들의 불운이나 재수로 돌리며 자신과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극한에 대한 도전의식을 무조건 높이 사는 정신적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TV에 심심찮게 60대나 70대 ‘몸짱’이 나와 근력이나 운동능력을 과시하곤 합니다. 그러면 약속이나 한 듯 출연진은 탄성을 터뜨리며 그들의 나이를 잊은 활동력과 운동력을 대단한 것으로 치켜세우곤 합니다. 물론 그들은 오랫동안의 연마를 통해 그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니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를 보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 사뭇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세월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의 정신문화에는 극한에 대한 무의식적 도전의식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와 같은 가혹한 자기 암시적 언어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의 이면에는 무서운 독성이 내재돼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성취하면 된다는 뒤틀린 의식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자기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자기 한계를 알고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인생의 중요한 학습과정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성취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것이 아닐 경우 우리는 더 큰 시련이나 불행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마라톤 42.195km에 대한 도전, 히말라야 16좌 완등, 사하라 사막 종주, 남극과 북극 횡단 같은 극한 도전에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니 평생의 목표로 삼아 정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만사를 극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정신은 위험합니다. 열정적이고 열성적인 자세는 중요하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중독이나 집착은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요컨대 지나치지 않고 치우치지 않는 삶, 다시 말해 중용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입니다. 하지만 중용을 지키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자기 분수에 맞고 자기 정도에 맞고 자기 능력에 맞게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도 극한에 대한 도전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는 사람들, 마음을 닦는 사람들, 마음을 내려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어진 대로 사는 일, 있는 그대로 사는 일도 늘 자기 수양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 나는 무엇이 지나친가, 마음이 기울어지는 쪽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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