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학도들이 T S 엘리엇의 ‘잔인한 달’ 4월을 노래한다면, 주식시장의 기술적 분석가들은 R N 엘리엇의 파동이론을 즐겨 인용하고 읊는다. R N 엘리엇은 1930년대 미국 주식시장의 75년간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우주에는 어떤 자연법칙이 존재하며 인간 활동은 이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데 주식시장도 바로 이러한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가파동을 관찰해 피보나치 수열식에 의한 황금비율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고 이론을 내놓았다. 주가에서 상승 5파와 하락 3파의 8파동이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한 뒤 또다시 새로운 파동이 시작된다는 이론이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파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미달형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예외적인 요소도 많다. 그리고 그는 원래 이 이론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같은 전체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통해 연구했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움직임에 접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엘리엇의 파동이론이 한때 주식시장 기술적 분석의 주요 지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주로 선물시장이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일부 투자자가 활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엘리엇이 우주의 자연법칙을 통해서 파동이론을 연구했듯이 주식시장에는 여러 가지 과학이론을 접목해 볼 수 있는 현상들이 자주 발생한다.
▽가속도의 법칙=상승 국면의 막바지에서 시장이 과열되며 주가가 급등하게 되고, 하락 국면의 막바지에서 투매가 일어나며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 국면의 끝 무렵에서 시장 분위기에 휩싸여 주식을 사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높아지고 하락 국면의 끝 무렵에서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면서 주가 하락 속도가 커지게 된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처럼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한 주식은 일단 하락세로 전환되면 낙폭도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기업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전체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단기 낙폭이 큰 주식은 반등 때 크게 오를 여지가 많다.
▽탄성의 법칙=탄탄한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가 많이 튀거나 눌렸던 용수철이 강하게 반등하며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듯이 주식시장의 주도주는 일시적인 악재나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가 떨어지며 눌렸다가도 악재가 희석되면 다시 강한 힘으로 올라와 제자리를 찾는다.
▽소성(塑性)의 법칙=바람 빠진 공이나 진흙 덩어리를 바닥에 떨어뜨려 봐야 위로 올라오지 못하듯이 주식시장의 비주도주는 주가가 떨어지고 나서도 회복되는 힘이 없거나 매우 약하다.
▽부력의 법칙=상승하던 주가가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가도 20일 이동평균선이나 50일 이동평균선 등 기술적 분석상 의미 있는 지점을 지지선으로 삼아 다시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적자생존의 법칙=주식시장이 대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업종의 주식이 다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의 경제 상황이나 산업의 흐름에 맞는 업종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은 계속 소외되면서 주가가 못 오르거나 오히려 더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냉엄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한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