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전기 먹는 하마’ IT센터… “꽃샘추위, 반갑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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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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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만난 LG CNS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겨울이 유독 추웠기에 봄을 기다려온 사람들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정말 추워서 좋은 일이 있더군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버를 수천 대 모아 두는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은 추울수록 줄어든다는 겁니다.

IT센터를 가리켜 업계에서는 ‘전기 먹는 하마’라 부릅니다. 그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4000대 이상의 서버를 보유한 IT센터 운영에 드는 전력은 일반 가정집 1만 가구가 쓰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이 ‘하마’는 뜨거워진 서버를 식힐 때 특히 많은 전력을 먹어 치웁니다. 열 받은 서버를 적정 온도, 적정 습도로 유지하는 게 IT센터 운영의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지요.

그래서 IT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열을 효과적으로 식힐까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다 밖의 추운 날씨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된 겁니다. 이를 ‘외기공조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밖의 추운 공기를 이용해 뜨거운 서버를 식히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먼지와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이슬이 맺히는 결로(結露)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LG CNS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년 동안 시범적으로 외기공조 시스템을 돌려본 뒤 결로 현상을 막는 새로운 기술을 지난해 인천센터에 적용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바깥온도가 0도 이하로만 내려가면 100% 외부 공기로만 서버를 냉각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에서도 ‘전기 먹는 하마’ 다이어트 아이디어가 활발합니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10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투자하면서 이를 IT센터 운영에 활용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모으고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리비아 사태로 국제유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IT기업들의 전기료 아끼기는 ‘사회공헌’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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