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대기업 연말 이웃돕기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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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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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더 내고 싶어도, 재계 서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3일 이웃돕기 성금으로 5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자 재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통상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해가 바뀐 이후에 낸 게 이례적이었고, 액수도 지난해 20억 원보다 2.5배로 늘어났기 때문이죠.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해 재계 순위가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오른 현대중공업그룹은 높아진 재계 순위에 걸맞은 ‘적정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9년은 수주 실적이 전혀 없어 20억 원을 냈지만 2008년까지는 30억 원을 냈다”며 “작년에는 덩치가 커진 만큼 40억 원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이왕 올리는 김에 50억 원으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들은 연말이 되면 세금 내듯이 일제히 내는 연말 이웃돕기 성금 액수에 적잖이 신경을 씁니다. 연말 이웃돕기 성금은 그룹의 위상을 알려주는 지표인 동시에 그룹의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죠. 한 대기업 관계자는 “더 내거나 덜 내고 싶어도 다른 기업과의 경쟁이 있고 지켜보는 시선도 많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기업들의 연말 이웃돕기 성금은 삼성그룹이 가이드라인입니다. 삼성의 액수를 기준으로 재계 서열과 경영 실적을 따져서 적정가를 정합니다. 1999년 처음으로 연말 이웃돕기 성금 100억 원 시대를 연 삼성이 2004년 200억 원으로 올리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이웃돕기 성금도 같이 증가했습니다. 삼성이 100억 원을 낼 때 절반인 50억 원을 냈던 현대자동차, SK, LG그룹은 2005년 연말부터 100억 원씩을 내고 있습니다. 재계 서열로는 6위인 포스코도 2007년 100억 원 클럽에 합류했습니다.

반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는 40억 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단순히 성금 규모로 사회 공헌을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재계 순위가 10위권 안팎인 GS, 한진, 두산, 한화그룹 등은 2006년경부터 각각 30억 원씩 내고 있습니다. 2006년 30억 원 대열에 합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09년 22억5000만 원으로 줄였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면서 그룹 차원에서는 이웃돕기 성금을 내지 못했습니다. 10위권 이하 기업 중에서는 재계 서열 24위와 25위인 효성과 에쓰오일이 2009년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10억 원씩을 냈습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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