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국양]‘미니 빅뱅’에 과학계가 열광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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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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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가 무심코 지나갔겠지만 일부 서구 국가의 TV가 지난해 11월 7일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건설된, 둘레 27km로 세계에서 제일 큰 입자가속기 연구소에서 물리학 실험 생중계를 했다. 학자들은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납 원자를 서로 충돌케 하여 137억 년 전 우주에서 빅뱅이 시작한 후 1000억분의 1초 뒤의 상황을 재현했다. 현재 진행되는 실험 결과의 분석으로부터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와 우주의 생성 원리를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흥분하고 있다.

빅뱅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한꺼번에 폭발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몇 년 전 송년모임에서 누군가가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많은 참석자가 “모른다” “하느님이 천지 창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대답할 때, 한 사람이 동방신기가 있었다고 대답하여 좌중을 웃긴 일이 있었다.

빅뱅은 미국의 방송사가 제작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방송된, 머리는 좋지만 엉뚱한 물리학자의 생활을 그린 ‘빅뱅이론’이라는 코미디 연속극으로 더욱 친숙하게 됐다. 재작년에는 예수님의 성배의 의미가 ‘후대로 이어지는 사람’이라는 재해석을 하여 종교계의 큰 반발을 샀던 ‘다빈치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쓴 소설을 영화화한 ‘천사와 악마’에서 반입자를 이용한 미니 빅뱅을 일으킨다는 장면이 소개되어 이제는 물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안다.

물리학자들이 이해하는 빅뱅은 우리의 우주가 무한히 뜨거운 작은 점이었다가 지금부터 137억 년 전 갑자기 폭발적으로 팽창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물리학 이론에서는 질량도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어, 그 한 점에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의 질량과 에너지가 뜨거운 열, 즉 에너지 형태로 모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빅뱅이 시작되며 이 점은 급속히 팽창하였고 1000억분의 1초 후에는 온도가 내려가 섭씨 수십 조 도가 되었으며, 에너지 중 일부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로 변화했다. 이 입자들은 원자의 핵 내에 존재하는 물질의 기본 입자로 쿼크와 이들을 묶는 글루온이다. 이 시점에서는 이들은 서로 묶이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며, 수프와 같은 형태라고 예측되어 왔다. 이번에 진행된 실험으로 이 이론이 입증될 것이라고 많은 학자는 믿는다.

수십만 년이 지난 후 우주에는 원자가 나타나고, 이 원자가 모여 먼지와 같은 작은 입자가 되고, 이 먼지가 모여 돌멩이와 바위가 형성되고, 그 후 바위가 모여 별이 생성되며, 이 별은 서로 충돌하거나 모여 수많은 은하계를 이루었다고 믿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점으로 존재하던 아주 뜨겁던 우리의 우주는 지금의 우주의 크기까지 팽창하였고, 현재의 우주는 평균적으로 영하 270도까지 식게 됐다.

우주는 어제가 없는, 한순간에 생겨났다는 논리를 물리학자가 아닌 조르주 르메트르라는 벨기에의 신부가 제기하며 빅뱅의 가설이 시작됐다. 이 가설은 우주가 아직도 팽창하는 중이라는 관측 결과를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이 발표하며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됐다. 한편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무선통신을 위해 제작한 안테나를 사용하여 우주의 평균 온도를 측정해, 빅뱅이 우리 우주의 생성 원리임을 입증했다.

물리학자들은 점점 더 큰 가속기를 만들어 충돌 실험하고 그 결과로부터 핵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게 됐고, 우주 생성 초기의 물질 상태를 설명하게 됐다. 우주에 대해 정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이처럼 작은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게 된 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더욱 기억난다.

국양 서울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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