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마트시티를 가다]<1>뉴욕, 범죄도시서 청정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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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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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뉴욕’… 문신DB로 강도 잡고 무선센서로 죽은 강 살렸다

《 지난해 시작된 ‘스마트 열풍’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산업으로 출발한 정보기술(IT)은 이제 산업의 영역을 넘어서 모든 분야를 윤택하게 만드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됐고 다양한 기술들은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거의 모든 것이 똑똑해지는 요즘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IT를 응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로 도시를 좀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각국은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IT를 통해 도시 문제가 얼마나 슬기롭게 해결되는지, 사람들의 생활은 얼마나 윤택하고 편리해지는지 알기 위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를 찾아가봤다. 》
미국 뉴욕 경찰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리얼타임 크라임센터(RTCC) 내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관제 센터를 연상시킨다. 사진 제공 IBM
미국 뉴욕 경찰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리얼타임 크라임센터(RTCC) 내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관제 센터를 연상시킨다. 사진 제공 IBM
거대한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 뉴욕은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인 동시에 모든 도시 문제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종전에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IT의 힘을 빌려 치안과 상수도, 문화 스포츠 사업에 투자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도시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 정보 모아 놓으니 범죄 줄어들어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경찰국(NYPD) 내부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관제센터를 꼭 닮은 공간이 있다. 2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화면은 특정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연관 인물의 사진 등 각종 자료를 끊임없이 표시한다. 그 앞에 설치된 수십 개의 모니터는 각종 조회를 하는 경찰들 덕분에 쉴 틈이 없다. 한 교대 시간에 15∼20명이 근무하는 이 공간은 뉴욕 시가 110만 달러(약 125억 원)를 들여 만든 리얼타임 크라임센터(RTCC)다. ‘CSI: 뉴욕’ 등 수많은 미국 경찰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하이테크’ 뉴욕 경찰의 모습이 허구만은 아닌 셈이다.

RTCC는 기본적으로 뉴욕 주민 정보, 체포 기록, 교통법규 위반 기록 등 24개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아놓은 거대한 정보의 집합체다. 여기에 범법자의 문신 기록, 특징적인 걸음걸이에 관한 사항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실제로 뉴욕 경찰은 범인의 문신 때문에 피자 가게를 턴 강도를 잡은 적이 있다. 피자 가게 주인이 범인의 목에 ‘sugar(설탕)’라는 문신이 있다고 신고한 덕분이다. RTCC의 문신 DB를 검색한 경찰은 범인의 주소로 찾아가 쉽게 범인을 체포했다. 또 RTCC는 지도 및 폐쇄회로(CC)TV와도 연결돼 있어 도주자들의 도주 경로도 파악할 수 있다.

2005년 7월 이 센터가 세워진 이후 뉴욕의 살인, 강간 등 7대 강력 범죄는 감소하는 추세다. 뉴욕의 7대 범죄는 2004년 14만2093건에서 2009년 말 10만5594건으로 25.7% 줄었다. 레이몬드 켈리 뉴욕경찰국장은 “범죄가 줄어든 이유는 경찰의 경쟁력과 정보 분석 시스템이 접목돼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냄새나는 강변에서 조깅하는 강변으로

맨해튼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5번가가 뉴욕 최고의 쇼핑 거리가 된 이유는 서쪽의 허드슨 강과 동쪽의 이스트리버 등 양쪽 강에서 모두 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뉴욕에서 강 주변은 냄새나고 더러운 우범지대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던 강변 부둣가가 쾌적한 공원과 산책로, 자전거 길로 탈바꿈했다. 허드슨 강이 깨끗해진 덕분이다. 여기에는 IBM의 수자원 관리 스마트 솔루션이 한몫했다.

IBM은 IT솔루션을 기반으로 500km가 넘는 허드슨 강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비영리 단체인 비콘연구소가 무선으로 통신하는 칩이 내장된 센서를 강 속에 설치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생물학적, 화학적 변화 정보를 수집하면 IBM이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해낸다.

IBM의 대표적 수자원 관리 전문가인 캐머런 브룩스 박사는 “오염원 추적을 통해 수질을 유지하고 돌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허드슨 강 프로젝트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 똑똑한 미술관 옆 똑똑한 경기장

뉴욕의 스마트 시스템은 스포츠와 문화 등 즐기는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운동경기장에 직접 가서 경기를 보면 TV로 보여주는 느린 화면 다시 보기가 항상 아쉽다. 하지만 뉴욕 시내에서 뉴저지 주 쪽으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뉴메도랜즈 스타디움 같은 똑똑한 경기장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구장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구단인 뉴욕 자이언츠와 뉴욕 제츠의 홈구장으로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관중 8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미식축구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이 자랑하는 건 큰 규모만이 아니다. 시스코의 기술을 이용해 모두 2200개의 고화질(HD)TV 모니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방송할 수 있는 스마트 경기장이기도 하다. 다시 보는 느린 화면 확인도 쉽고 매점에서는 메뉴와 함께 본게임은 물론 다른 구장 또는 다른 종목 경기도 볼 수 있다. 비상시에는 출구 정보를,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 주변의 CCTV와 연결이 돼 교통 상황 및 교통 정보를 알려 준다.

스티브 해이버 시스코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담당자는 “제일 중요한 것은 스위치 하나로 경기장의 테마 색깔, 곳곳에 있는 로고 등 5000가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라고 자랑했다. NFL에서 두 구단이 구장을 공유하는 경우는 없었다. 뉴욕 자이언츠의 팀 색깔은 파란색인 반면 뉴욕 제츠는 녹색이어서 같은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기 어렵다. 하지만 스마트 시스템 덕분에 전광판, TV 등 경기장 전체의 테마를 팀에 맞게 바꿀 수 있어 구장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뉴욕은 문화의 도시답게 미술관도 스마트하게 꾸며 놓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 5층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러갔다면, 스마트폰으로 작품 해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와이파이(Wi-Fi)가 되는 미술관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해 ‘모바일 투어’를 클릭하면 미술관 측이 마련한 오디오 해설 파일이 흘러나온다.

▼ 뉴욕 IBM본사 가보니 센서 1만개가 온도-습도-조명 체크… 세계서 가장 똑똑한 빌딩

IBM 본사의 온도, 전력 사용, 조명 등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 이 화면은 각 구역의 온도를 표시하고 있는데 ‘콜드’를 뜻하는 파란색에서 ‘핫’을 뜻하는 빨간색까지 5가지 색으로 분류된다. 뉴욕=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IBM 본사의 온도, 전력 사용, 조명 등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 이 화면은 각 구역의 온도를 표시하고 있는데 ‘콜드’를 뜻하는 파란색에서 ‘핫’을 뜻하는 빨간색까지 5가지 색으로 분류된다. 뉴욕=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지난해 12월 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시내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40분 정도 가니 알몽크에 있는 IBM 본사가 나왔다. 3층 건물에 들어서자 스마트 빌딩 관련 일을 하는 짐 크로스키 씨가 인사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빌딩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1997년 9월에 문을 연 이 빌딩은 약 26만 m² 크기로 내부에 무려 1만2000개의 센서가 가동되고 있다. 온도와 습도, 사람들의 움직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모두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로 내려가자 빌딩 수석 엔지니어 마이클 슬랩 씨가 모니터 하나로 빌딩 전체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각 구역의 온도가 5가지 색깔로 표시됐고 대형 에어컨 4개에 달린 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와 외부 온도 데이터 등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모니터만 지켜보고 있으면 빌딩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모니터로 확인해 조명을 직접 켜거나 끌 수 있으며 어디라도 고장이 나면 시스템이 바로 모니터를 통해 알려준다.

미국에서 빌딩은 전체 에너지 사용의 40%를 차지하고, 전체 쓰레기 배출의 50%를 차지한다. 2025년까지 그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빌딩을 똑똑하게 만들면 비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부나 기업들이 스마트 빌딩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특히 빌딩은 냉난방, 공기 조절, 조명, 전력, 수도 등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도시의 축소판과도 같아 스마트 빌딩은 스마트 시티의 기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BM에서 스마트 빌딩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국인 이영민 박사에 따르면 빌딩에 있는 각종 센서들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의미 있는 정보로 승화하는 것이 스마트 빌딩의 기본이다. 전력, 온도, 조명 등을 감지하는 센서들은 15초에 한 번씩 정보를 보내는데 이는 엄청난 양의 정보이며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활용하면 빌딩 관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IBM은 본사에서의 연구를 토대로 미국 동부지역 공립학교의 빌딩 1400개를 똑똑하게 만드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박사는 “평균적으로 빌딩을 스마트하게 만들면 3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이런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8%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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