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북한의 도발과 北-中관계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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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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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의 잇단 대담한 도발과 ‘북-중 관계의 신밀월’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가.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토인 연평도에 직접 포격을 가하는가 하면, 원심분리기 수천 대를 가동 중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2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무색하다.

이런 와중에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북한을 ‘벌주어야’ 할 중국은 북한을 어느 때보다 동맹국으로 끌어안는 데 공을 들였다. 천안함 폭침이 나자 ‘증거가 없다’며 안보리 의장 성명에서 공격 주체인 북한을 빼는가 하면,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 차례나 초청해 한 번은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면담하고 한 번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동북 지방까지 가서 만나는 극진한 대우를 했다.

5월 초 김 위원장이 중국을 다녀간 후 5월 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한국에 와 “천안함 사태에 대해 국제적인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지를 둔 듯하지만 이미 나온 조사 결과를 거부하는 북한에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이어 중국은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으로의 후계가 공식화되자 후 주석이 축전을 보내고(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이례적으로 주중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새 지도부 아래 북한은 발전할 것”이라며 ‘대를 잇는’ 우의를 다짐했다(10월).

지난달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도 마찬가지.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은 1일 “중국은 어느 쪽도 두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남북한 상호 교전’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과 의견을 같이한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온 후 ‘중대발표’라며 6자회담 대표 특별회동을 갖자고 제안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 대표 회동을 가지려면 실무 접촉과 준비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연평도 도발을 잊게 하는 물타기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 북한을 보는 중국과 외부의 시각 사이에는 ‘인식의 만리장성’처럼 큰 벽이 있는 듯하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전문에는 지난해 8월 북한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몽골과의 연례 협의회에서 “6자회담의 진정한 목적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런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6자회담에 나올 턱이 없다. 2003년 이후 6자회담이 진행됐지만 오히려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한반도의 남북한 대치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북한은 기세등등하다. 주한 미군과 한미 동맹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세다. 경제력과 재래식 무기 등 통합 전력은 북한이 한국에 뒤지지만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특수부대 등 이른바 ‘비대칭 전력’이 우월하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뿐일까. 북한이 6·25전쟁에서 중공군의 개입으로 괴멸을 면한 것처럼 올해 더 돈독해진 양국 관계를 믿고 ‘중국이 있으니 전면전도, 미군의 개입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북한의 호전성이 요즘처럼 하늘을 찌를 수 있을까. 중국이 내세우는 ‘중립’이라는 방패막이가 북한에 환상을 갖게 하고 오판을 내리게 하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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