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유동성 장세 빠져나올 시점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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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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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광원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는 카나리아를 데려갔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에 매우 민감해 이런 가스에 노출되면 죽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카나리아가 즐겁게 지저귀면 광원들은 안심하고 일을 하고, 카나리아가 울지 않으면 곧바로 탄광을 탈출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파티가 시작됐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돈을 잘 벌어들이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에서 움직이는 돈도 풍부한 상태여서 내년에도 파티 분위기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동성 파티는 과열을 수반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돈이 움직이면 여기에 탐욕이 따라 붙어 결국은 버블이 생기곤 했다. 파티를 즐기되 빠져나와야 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카나리아가 필요하다.

카나리아 역할을 해 줄 몇 가지 지표가 있다. 첫째,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 증가율을 들 수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위기 이후 상업은행의 자산은 약 2조 달러나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현금 상태로 보유하거나 국공채 매입, 소비자 신용 확대만을 선택했고, 대출에는 소극적이었다. 여전히 몸 사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미국의 상업은행 대출이 정상화될 때부터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출구전략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과거 일본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양적 팽창 정책을 펼치다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에도 금리 인상보다 먼저 나타난 것이 은행의 대출 상승이었다.

둘째로는 신흥시장의 선진시장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을 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는 기업이익 대비 주가의 배수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다. 2000년 이후 선진시장의 PER와 신흥시장의 PER를 비교해보면 언제나 신흥시장의 PER가 낮았다. 신흥시장이 성장성에서는 선진시장보다 우세하지만 성장의 지속성에서는 열세이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PER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2007년 10월이었다. 신흥시장의 PER는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2007년 10월에 선진시장 PER와 동일한 수준에 이르자 신흥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PER가 낮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현재 신흥시장의 PER는 11.7배 수준으로 선진시장 PER인 12.3배의 95% 수준이다.

이번에는 신흥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PER의 역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과거에 역전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양 시장의 PER가 동일한 수준이 되었을 때 단기적으로나마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파티가 재미있을수록 여운도 길게 마련이다. 글로벌 양적 완화가 마련한 주식시장 랠리를 충분히 즐기되 카나리아를 관찰하는 눈도 잊지 말아야겠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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