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올 공쿠르상 수상자 미셸 우엘베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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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 - 냉소적 성격 유명한 문제작가
작품 5편중 4편 공쿠르상 후보 올라

요즘 프랑스 문학계는 공쿠르상 열기로 뜨겁다. 올해 수상자 미셸 우엘베크 씨(52·사진)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계에서 이미 적잖은 ‘우엘베키엔’(열성적인 우엘베크 팬)을 만들어온 인기 작가다.

평단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평론가와 독자들은 그를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아주 싫어하기도 한다. 그를 (오히려) 매력남으로 만든 괴팍한 표정과 냉소적인 태도, 허스키한 저음, 격식을 거부하는 파격은 9일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이 있었던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에서도 드러났다.

가슴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색 바랜 진 바지와 낡은 파카를 입은 그는 특유의 험상궂은 인상을 지으며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자의 복장으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이어 그는 아카데미공쿠르 위원회의 베르나르 피보 위원장의 맞은편에 말도 없이 덜컥 앉았다. 기자들은 잠시 당황했고 침묵 속에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역시 그답군”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엘베크 씨의 이런 모습은 저항과 풍자, 냉소와 비판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들에서도 유감없이 나타난다.

1994년 ‘투쟁 영역의 확장’으로 데뷔한 그는 불과 다섯 번째 작품인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로 공쿠르상을 받았다. 옛 지도를 찍는 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프랑스 근대 예술계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예술계와 명사들의 문화 속에 존재하는 자기기만을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도와 영토’ 바로 직전 작품은 2005년에 나온 ‘섬의 가능성’이다. 작품 5편 가운데 4편이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다. 그에 대한 프랑스 평단의 높은 평가를 증명한다. 1998년 발표한 ‘소립자’가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정작 그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건 2001년에 발표한 ‘플랫폼’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준비된 공쿠르상 수상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한 토론도 싱거웠다. 심사위원들의 첫 번째 투표에서 우엘베크 씨가 7표, ‘아포칼립스 아기’를 쓴 비르지니 데팡트 씨가 2표를 얻어 바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10월 하순 들어 프랑스 문단에선 우엘베크 씨가 공쿠르상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이어졌고 이 때문에 다른 주자들은 김이 빠질 대로 빠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도와 영토’는 공쿠르상 발표 전까지 2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상으로 최소한 50만 부는 더 팔릴 것이라는 게 출판계의 예상이다.

공쿠르상과 같은 날 시상식을 하지만 공쿠르상 수상자를 수상 후보에서 무조건 탈락시키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유명한 르노도상은 공쿠르에서 쓴잔을 마신 데팡트 씨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공쿠르와 달리 무려 11번의 투표를 거쳐야 했다. 한 심사위원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뜨겁고 논쟁이 거센 심사였다”고 말했다. 데팡트 씨는 일과를 마친 뒤 시상식장에 오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그라세 출판사의 올리비에 노라 사장이 폭우 속에 직접 자동차를 몰고 그를 데려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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