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공정한 사회? 실력만 따지는 프로야구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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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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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교만 나와도 톱클래스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삼성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전국공고교장회 임원 20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앞으로 사회는 간판보다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고졸 또는 공고를 나와도 차별 대우 없는 회사를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말고 실력 있는 사람을 만들고 보내 달라"고 말했다.

회사의 차세대 리더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역시 세계 일류기업 삼성이야!'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실력과는 무관하게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얽매여 아등바등하는 기업이나 집단 치고, 국내에서는 그렇다고 쳐도 국제무대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한 사회' 달성을 위해서는 겉의 화려함보다는 속의 알찬 실력을 보는 게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스포츠 그 중에서도 프로야구는 모범이 될 만하다.

2010 프로야구 타격 7관왕 이대호(롯데), 투수 부문 2관왕 류현진(한화), 다승왕 김광현(SK), 국가대표팀 주전 투수 윤석민(KIA)….

현재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로 꼽히는 이들의 공통점은 고졸 출신이라는 것. 이처럼 최근 프로야구는 고졸 선수가 대세다.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등학교 야구선수에게 대학은 이미 순위가 밀린 지 오래다. 이제 대학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 4년 더 야구를 연마하면서 패자부활전을 노리는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하고 나서도 한동안 고졸 신인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는 으레 고졸 신인이라고 하면 대학 진학에 실패한 이른바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런 풍토가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에서는 야구선수로서 실력을 쌓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프로와 대학의 훈련 방식과 코칭스태프의 지도 능력에 큰 차이가 있고, 프로야구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대학야구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요즘은 40세 이전에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없을 정도로 야구선수로서의 직업의식이 강해졌다. 그래서 선수들은 최대한 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서는 프로의 과학적인 훈련과 체계적인 관리를 일찌감치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국내 프로야구의 시장이 커진 점도 고졸 선수의 프로 직행의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26일 끝난 2010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592만 5285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이런 프로야구의 흥행 성공 속에 선수들도 야구만 잘하면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성공한 직업인으로 설 수 있게 됐다.

또한 프로로 직행하면 연봉 외에도 조금이라도 빨리 자유계약선수(FA)가 돼 거액을 받고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졸 출신의 실력파 프로야구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야구는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일본 쿠바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며 9연승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 2회 대회서도 4강과 준우승을 하며 세계 정상의 실력을 과시했다.

'고교만 나와도 실력만 있으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삼성과 한국 프로야구의 공통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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