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기남]열린 생각, 기술의 한계를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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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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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은 과학기술 분야에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3차원(3D)의 입체 TV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박주영 선수의 환상적인 프리킥 장면을 3D 영상으로 볼 때 현장에 있는 듯한 짜릿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꿈의 3D 영상시대가 다가온 셈이다.

한국이 선도하는 3D 영상 기술은 조만간 안경 없이 입체영상을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다. 또 실제에 가까운 색감을 재현하는 큰 화면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더욱 현실감 있는 영상을 만날 수 있다. 3D 영상 기술과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스포츠 경기를 안방에서 실감나게 관찰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3D 영상 기술은 다른 분야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의료분야에 적용하면 환자의 몸 안 구석구석을 매우 정밀하게 볼 수 있어 의료진단과 치료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임신부가 태아의 3D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초음파 장비도 나왔다.

과학기술은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으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또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새로운 현상과 원리를 깊숙이 파고드는 기초과학 연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기초과학은 혁신적인 기술적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지만 국부 창출의 원천이다. 레이저 트랜지스터 자기공명영상(MRI) 인터넷 등 혁신적인 개발은 오랜 기간의 기초과학이 있었기에 상용화됐다. 정부가 기초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2년까지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50%까지 기초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다행스럽다.

또한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나노기술이 바이오, 에너지 분야의 기술과 융합되면 기술의 혁명적인 점프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머리카락 하나의 10만 분의 1 정도 크기의 극소형 소자를 만들고 조절하는 나노기술이 물리 화학 생물학과 융합되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이론적 효율이 최대 29%에 불과하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구글 홈페이지에 백남준 탄생 78주년을 기념하는 로고가 첫 화면에 떠서 트위터 사이에 화제가 됐다. 그는 천부적인 예술가였는데 반도체 소자와 양자이론 등 과학적 지식을 공부하는 데 힘썼으며 결과적으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혁신적인 영역을 창출했던 것이다. 과학기술자는 자신의 분야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고 다른 분야와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열린 자세야말로 최근 과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개방형 연구혁신시스템(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능케 하는 밑바탕이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열쇠는 인재임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의 우수 인재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쏠린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아 아쉽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이 좌우하는 시대이다. 과학기술도 결국은 인재가 핵심인데 우수 인재가 이공계를 기피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다. 천재급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 과학기술임을 일반 국민이 인식하도록 성공스토리를 확산시키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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