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배준우]알쏭달쏭한 양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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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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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과 논리의 바탕에 숨은 가정의 하나는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점이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기대하며 성취하고자 노력한다. 계획을 잘 세워서 계획대로 하면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에 도달한다는 기대를 갖는다. 물론 세상에는 다른 변수가 존재하지만 노력하고 땀을 흘린다면 상응하는 성취가 존재한다.

가정은 과학을 하는 방법에도 숨어 있다. 과학적 접근이라 불리는 대개의 방법에서는 눈에 보이는 주어진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과거에 생겨났던 보이지 않는 원인을 알려고 노력한다.

이런 생각은 자연과학의 방법에도 적용됐고 형식화되어 표현됐다.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1700년대 후반 수학 및 물리학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라플라스의 가설 혹은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불리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제일 처음에 어디에 존재했는지 알게 되면 물체가 움직이는 방정식을 알고 있으니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현실에 적용해 다시 말해 보자. 세상이 시작할 때의 상태를 안다면, 그리고 세상의 물리 법칙을 잘 안다면 다가오는 미래 또한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철학적으로는 결정론적인 관점을 지지한다. 여러 시스템의 집합을 고려할 경우 각각의 초기 상태를 알고 그 각각의 시스템 상태에 대한 방정식을 안다면 미래 상태도 정확히 알 수 있다.

물리학 이론 가운데 20세기에 태동한 양자 이론은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 혹은 근본 입자의 현상을 설명한다. 양자 정보 이론이라는 관점에서 그 이론의 공리체계마저 논의 중인 양자 이론에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소 신비로운 점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양자 이론에 의해 기술되는 작은 두 입자가 있다고 하자. 앞으로 일어날 가능한 효과를 알기 위해 각각의 개별 입자에 대한 모든 지식을 모두 관찰을 통해서 조사했다고 하자. 또 물리 이론으로부터 개별 입자에 대한 방정식을 안다고 하자. 그렇다면 처음의 상태에 대한 정보와 물리 법칙으로부터 미래의 상태를 관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해낼 수 있을까? 앞서 얘기한 내용과는 반대로,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양자 이론에서 보이는 현상 중 하나인 비국소성이다.

양자 이론에서의 심오한 이 사건은 우리에게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물질을 이루는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국소성 사건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면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를 두는 실험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를 제시한다.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과정과 원인은 상이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실험을 신뢰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양자 이론에서 보이는 비국소성 사건이란 그저 살다보면 만나고 부딪히는 여느 사건과 비슷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기대하며 계획했고 잘 진행했음에도 실패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리 많이 노력하고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진행되어 성공적으로 마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입자를 기술하는 물리 법칙에서조차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을 알고 있음에도 미래의 현상에 대해서 정확한 기술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국소성을 이끌어내는 다른 변수가 존재하는지 혹은 그러한 노력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 물어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계획했던 일이 목표에 잘 도달하기 위해 더 요구되는 점은 무엇인지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도 해 본다.

배준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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