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아다 요나트]창의성=호기심+시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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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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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기 전 많진 않지만 연구에 열정을 지닌 한국 과학자를 알고 있었다. 2008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회 로레알 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시상식에서는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같은 훌륭한 동료 여성 과학자를 만났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초중고교생을 만나서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여러 과학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이 어떻게 하면 가능하냐, 이스라엘 정부에서 어떠한 지원을 받았기에 노벨상 수상이 가능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정말로 노벨상에 대한 큰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창의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아쉽게도 나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나는 열정과 재미를 갖고 평생 한 분야의 연구에 매진해온 사람이다. 과학에서는 연구자 개개인이 흥미와 열정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했을 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는 산업과 다르다. 산업은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점에서 연구와 같다. 연구는 산업과 달리 근본적인 자연의 원리에 대해 질문하고 시간이 걸려도 꾸준하게 매진한다.

산업에서는 투자와 결과에 대한 효율성을 끊임없이 고려하지만 연구는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로 한다. 내가 했던 연구가 젊은 시절부터 각광을 받고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품어왔던 학문적 질문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도 재미와 열정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 이스라엘 정부와 내가 속한 바이츠만연구소의 지원이었다.

30년 전 내가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을 때 상황은 열악했다. 실험실 장비 등 연구 지원은 물론 이 분야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사회에서 인식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많지 않기는 했어도 연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원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이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지금의 이러한 성과를 내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어떤 분야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국가와 사회의 고려와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제한된 연구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망하다는 분야 때문에 다른 분야의 연구 자체가 중단될 정도의 결정은 많은 잠재력과 창의성의 기회를 없앨 위험성이 있다.

나의 연구가 노벨상을 받으리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창의성은 자질 있는 연구자에게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꽃 피울 수 있다. 과학자를 믿고 결과를 맡겨줄 때 훌륭한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인 연구를 현실적 관점과 응용적 측면에서 제한했다면 오늘날 내 연구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과학 발전은 미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성원에 대한 동의를 필요로 한다. 경험에 비춰 봐도 연구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가는 긴 과정을 사회에서 지원해 준 것이 연구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내 분야에 자유롭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한 작업을 반복했다. 이것이 연구자가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다. 기초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성과를 얻는 방법을 나는 잘 모른다. 그러한 방법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열정과 호기심으로 꾸준하게 연구하는 연구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연구자도 사회의 관심과 지원에 대해 성실하게 연구에 임할 책임이 있다. 창의성이란 연구의 자유와 열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아다 요나트 바이츠만연구소 박사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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