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 민원 해결사 1345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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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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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화 종합안내센터
개소 2년만에 450만통 상담

한국국적 외국인 상담원 7명
동포들에 살아있는 상담 인기

법무부 산하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활동하는 다문화가정 상담원들. 왼쪽부터 레그미(네팔), 담바수렌 어츠코(몽골), 
탄티녹얀(베트남), 꾸잉(베트남), 신재민(방글라데시·한국 국적 취득), 니먕 오트곤투야(몽골), 임난초우드리(파키스탄). 사진 
제공 법무부
법무부 산하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서 활동하는 다문화가정 상담원들. 왼쪽부터 레그미(네팔), 담바수렌 어츠코(몽골), 탄티녹얀(베트남), 꾸잉(베트남), 신재민(방글라데시·한국 국적 취득), 니먕 오트곤투야(몽골), 임난초우드리(파키스탄). 사진 제공 법무부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인 근로자 A 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하지만 회사는 출국 하루 전까지도 약속했던 급여 4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았다. 비자 만료로 더는 한국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피땀 흘려 번 돈마저 날리게 됐지만 한국말이 서툰 A 씨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지인이 법무부 산하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를 소개해줬다. A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번 없이 1345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급하게 “베트남 사람인데 도와 달라”고 애원했다. 그 순간 뜻밖에도 동포인 베트남 출신의 상담원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A 씨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자초지종을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상담원 꾸잉(한국명 이진주·27·여) 씨는 A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곧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급여 이체를 설득했다.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A 씨는 밀린 급여를 받아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 3월 설립된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는 최근 들어 A 씨와 같이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한국 현실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개소한 지 2년여가 지난 21일 현재 총 450만 통이 넘는 상담 전화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꾸잉 씨 같은 외국인 출신상담원 7명의 숨은 노력 때문.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20만 명으로 이들이 사용하는 자국 언어만 20여 개에 달한다. 1345 안내센터에는 56명의 전문 상담원이 17개국 언어로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문 상담원 중에는 파키스탄과 몽골 필리핀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출신의 다문화가정 상담원 7명이 속해 있다. 이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산 경험을 바탕으로 동포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전수하고 있다. 이들 상담원 대부분은 자국 대학에서 외교학과 영문학 등을 전공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국적을 취득한 재원이다.

1345 안내센터 설립 초기에는 일부 민원인의 경우 한국어 발음이 다소 어눌한 다문화가정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상담원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매일 밤 한국어 발음을 교정하는 한편 한국 법률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 상담원들의 노력과 정성이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이들만 찾는 민원인이 더 많을 정도다.

상담 내용 중에는 체류허가 문의와 외국인등록, 비자 및 국적취득 같은 출입국 분야 상담이 가장 많고 다문화가정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4월 40여만 통의 전화 중 2만여 건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상담이었다. 1345 안내센터는 상담뿐만 아니라 통역 서비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소방방재청과 국세청 등 10개 공공기관과 연계해 외국인이 이들 기관을 이용할 때 3자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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