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우리 애 후배들 돈 어떻게 쓰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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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희생 장병 故 민평기 상사 부모
아들모교 조의금 30만원 더얹어 돌려줘

故 나현민 상사 부친도
학교 조의금 바로 돌려줘

천안함 희생 장병인 민평기 상사의 아버지 민병성 씨(71) 집에 14일 집배원이 찾아왔다. 충남 부여군 민 씨가 사는 마을 인근에 민가라고는 민 씨 집 하나라 평소 사람 발길이 뜸하고 집배원이 찾아오는 일도 거의 없었다. 의아해하며 건네받은 편지봉투를 뜯자 ‘학교발전기금 기탁영수증’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민 씨는 지난주 일을 떠올리며 무릎을 쳤다.

지난주 민 씨 집에 8명의 손님이 찾았다. 아들 민 상사의 모교 부여고에서 온 교장과 교감, 교사, 그리고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교장은 민 씨와 부인 윤청자 씨(67)에게 인사를 한 뒤 “별것 아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조금씩 모았다”고 말했다. 부부가 아무리 고사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저희 손으로는 도저히 도로 들고 가지 못하겠다”며 사정했다. 별 수 없이 봉투를 받은 민 씨 부부는 교장 일행이 돌아간 뒤 봉투를 열어봤다. 120만여 원이 들어 있었다.

다음 날 민 씨는 읍내의 부여고를 찾았다.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장학금에 보태 달라”며 교장에게 전날 받은 봉투를 내밀었다. 교장이 몇 번 거절해도 민 씨는 막무가내였다. 어쩌지 못하고 봉투를 받아든 교장은 민 씨가 돌아간 뒤 봉투를 열어봤다. 120만여 원이 아니라 15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우리 애 후배들 코 묻은 돈 우리가 받아서 어떻게 쓰겠어요.” 윤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 마음이 고맙기도 해서 30만 원 더 넣어 돌려 드렸다”고 말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2)도 1일 나 상병의 모교인 서울 마포구 광성고에서 조의금을 받았다. 이날 나 씨는 광성고 교장실에서 받은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돌려줬다. 그는 “학교에서 분향소를 차려 모은 모양인데 장학금으로 쓰라고 돌려 드렸다”며 “아들도 그걸 더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나현민 상병 이름으로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하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영상 = 故 ‘천안함 46용사’…국민 품에 잠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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