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아들처럼 챙겼지만 친엄마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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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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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없는 故문영욱 하사 돌봐온 여성보상받을 길 없어… “보상 원치도 않아”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송모 씨(53·여)는 지난달 27일 오전 갑작스럽게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군과 경찰 관계자, 기자들이 고 문영욱 하사(23)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였다. 군이 가진 천안함 침몰사건 실종자 명단에 송 씨가 문 하사의 어머니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송 씨의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송 씨와 문 하사의 어머니는 한때 같이 산 적도 있고, 30여 년을 인근에 살면서 친자매처럼 지내왔다. 미혼모로 20년 넘게 아들을 키우며 아들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준 문 씨는 2007년 뇌중풍(뇌졸중)으로 4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문 하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송 씨는 그를 아들처럼 아꼈고 문 하사도 송 씨를 “이모”라 부르며 따랐다. 군대에 가서도 문 하사는 매일 ‘이모’에게 전화하고 외박 나올 때마다 집에 들렀다.

지난달 26일 저녁 TV 뉴스를 보며 송 씨는 “설마” 했다. ‘평택함대’라는 말에 혹시나 해서 27일 오전 3시 반경 문 하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에 조금 더 뉴스를 지켜보다 다시 전화를 걸어 음성을 남겼다. “영욱아, (뉴스) 저거 무슨 소리고?…이모 걱정돼. 너는 아니지? 하늘의 니 엄마가 절대 허락 안 할 기다.”

다음 날 오전 쇄도하는 전화를 받고서야 문 하사의 실종 사실을 알았다. 송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어머니가 미혼모였던 데다 결혼도 하지 않은 문 하사에게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는 외삼촌 문상희 씨(56)밖에 없다. 문 씨는 사건 직후부터 해군 제2함대사령부 가족 숙소에서 지내며 문 하사의 장례를 돌보고 있다. 문 씨도 직계가족은 아니기 때문에 유족연금은 받을 수 없고 사망보상금과 조의금 정도는 받을 수 있다.

정작 송 씨는 보상 이야기를 꺼내자 “무슨 소리요. 난 법적인 가족도 아닌데. 애초에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펄쩍 뛰었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획영상=슬픔 묻고…고비마다 큰 결단 내리는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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