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손실 감수할 용기 있어야 더 큰 손실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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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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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격언
손절매 잘하면 성공한다

“언젠가 회복” 막연한 기대는 금물
50% 손실도 처음엔 10%서 시작
잘못 판단땐 빨리 손떼고 나와야

손절매는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보유한 주식을 손해를 감수하고 매입가격 이하로 파는 것이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투자를 했는데 오히려 손해 보고 주식을 내다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사람의 심리 자체가 손해 보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자신의 투자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 자존심도 무척 상한다. 지금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도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파는 일을 망설이고 손실폭이 점점 더 커지면 불안감에 휩싸여 안절부절 못한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바로 이 손절매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성공을 가른다.

10여 년 전 증권사지점 영업직원으로 큰 성과를 거둔 A 씨라는 전설적인 직원이 있었다. 그는 오후 장이 끝나면 몇 시간에 걸쳐 전 종목의 그래프를 훑어봤다. 호재성 재료 유무, 거래량 증감, 주가 탄력도 등을 따져서 다음 날 매매할 종목을 10여 개로 압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그의 투자원칙은 ‘당일매매’였다. 선정한 종목들을 매수했다가 주가가 올라 수익이 나면 몇 시간 만에 팔아치웠다. 만약 매수한 주식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지면 2∼3%의 손실범위 안에서 즉시 손절매를 하고 빠져 나왔다. 이런 식으로 계좌관리를 했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의 자산이 꾸준히 불어나고 본인의 영업실적도 계속 향상돼 큰 성과를 거뒀다.

이 소문이 회사에 퍼지자 일부 지점장은 자기 지점의 영업직원들을 A 씨가 근무하는 지점에 보내 A 씨의 어깨너머로 매매방법을 배워오도록 했다. 많은 영업직원이 파견을 다녀 왔지만 A 씨처럼 성과를 낸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전 종목을 검색하는 등 몇 가지 노하우는 비슷하게 따라했지만 손절매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A 씨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초단기 매매를 권하려는 뜻이 아니다. A 씨의 매매방법은 건전한 주식투자라기보다는 일종의 게임에 가깝다. 그런 초단기 매매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 종목을 훑어보는 노력과 빠른 순발력, 노련한 경험,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과감한 손절매’처럼 나름의 투자원칙이 있었고 그것을 철저히 지켜나갔다는 점만은 본받을 만하다.

1980년대에 미국 월가에서 크게 성공했던 마티 슈워츠도 처음에는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불공정거래의 누명을 쓰기도 했고 약세장에서 전산매매가 서툴러 상당한 재산을 날리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절치부심 끝에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스탠퍼드대가 주관하는 투자대회에 열 번 참가해 아홉 번 우승했고 평균 수익률은 200%를 넘었다. 그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손절매를 배우고 난 뒤부터였다. 그는 최대 3% 이상 손해 보지 않겠다는 커트라인을 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지켰다. 잘못 판단했을 때는 빨리 손을 떼고 빠져나와 다음 기회를 대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월가 최고의 전략가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오닐도 손절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0%의 손실도 처음에는 10% 또는 20%의 손실에서 시작되므로 손해 본 주식을 과감히 팔고 기꺼이 그 손실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훨씬 더 큰 손실을 입을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수가격에서 최대 7∼8% 이상은 손실을 보지 않도록 아주 엄격한 손절매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때로는 주식을 매수한 후에 갑자기 시장 전체가 급락세로 반전한다든지 매수한 종목의 움직임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거나 자신의 판단이 실수였음을 깨닫게 되면 1∼2%만 떨어져도 즉시 손절매를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로스컷(Loss cut) 룰을 실행하는 기관투자가들도 각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손실률 20% 전후에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한 손절매 규정을 원칙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때에 따라 손절매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위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손실을 어느 정도 선에서 끊어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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