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멸종위기종 산실 신두리 해안사구를 영원히 살리는 길

해안사구(砂丘)란 해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파도에 밀리고,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모래언덕과 같은 퇴적지형을 말한다.

해안사구는 언뜻 보기에는 버려진 황무지처럼 보여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해안사구는 폭풍이나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작물 및 건물을 보호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 기능을 한다. 식수원인 지하수를 저장해 공급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일대 해안사구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곳은 국내 해안사구의 거의 모든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의 두웅습지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맹꽁이,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등도 관찰되고 있다.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등록습지로 지정했다. 해안사구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어 사구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데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신두리 해안사구의 일부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천연기념물보호지역에서 불과 100여 m에 있는 땅을 한 기업이 매입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역 환경단체와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골프장이 해안사구를 훼손할 가능성 때문에 반대해 왔다. 최근에 해당 기업의 골프장 예정 용지 일대 땅이 매물로 나와 있다.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되면 또다시 골프장 건설이 추진될 수 있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국민의 힘을 모아 땅을 매입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시작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신두리 골프장 예정 용지를 매입하면 다시 사구와 갯벌의 원형을 복원해 해양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 일대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를 본 지역이다. 피해를 끼쳤던 기업들과 국민들의 기부로 신두리 해안사구가 원형대로 보전된다면 일부나마 피해지역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