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널뛰기’가 원래 북한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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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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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이 발끈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증하기 위한 모든 대화와 교섭에서 한국을 빼겠다”고 했고 “남조선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버리기 위한 보복의 성전을 개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성명이 발표되기 2시간 전,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는 한국으로부터 옥수수 1만 t을 받겠다고 했는가 하면, 전날에는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금강산과 개성관광사업의 재개를 제안했다. 지난해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 김양건 대남특사의 청와대 방문, 싱가포르에서의 남북 접촉 등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남북 접촉과 국방위원회 성명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북한 지도부 내부 대립설 등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북한의 행동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와 같은 모순이야말로 북한이 일관되게 보여 온 태도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후 남북장관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은 임의로 설정한 해상군사경계선을 지키기 위해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해 12월 21일에는 북측 해군사령부가 경계선 수역을 ‘평시 해상 사격구역’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올해 신년 공동사설은 경제 분야에서의 인민 생활 향상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또 11일에는 ‘상부의 위임’을 받은 북한 외무성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각 당사국에 제안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미 간 신뢰가 무르익고 한반도 비핵화도 빠른 속도로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는 한국이 그 당사국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나타냈다.

북한의 최대 목표는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에 있다. 그 필요성과 긴급성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이 유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해에서의 교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한국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하고 평화협정의 교섭에서 배제한다고 함으로써 한국으로부터 좀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태도는 전술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을 당사자 회담에서 계속 배제하면 미국이 평화협정에 관한 교섭, 다시 말해 당사자 회담을 용인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또 한국의 협력 없이는 올해 최대 과제인 인민 생활의 향상도 어려워진다.

북한의 과거 1년간의 계획적 도발은 이미 실패로 끝났다. 북한이 지난해 4월과 5월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얻은 것은 미국과의 평화협정도 관계정상화도 아니었다.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한층 더 강화된 제재 결의와 엄격한 이행에 시달려야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무시하고 ‘전략적인 인내’로 대응하는 데 성공했다.

대담하게 추측해보건대 올해는 군사적 대결의 해가 끝나고 북한과의 교섭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북한은 4, 5월까지 6자회담에 복귀하고,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당사자 회담 개최에 합의할 것이다. 또 그 이전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실현될 수도 있다. 강성대국의 대문이 열린다는 2012년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고, 경제 재건과 후계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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