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구단 이기주의’에 발 묶인 K리그 이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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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구단 이사 및 감독 간담회를 개최해 ‘5분 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실제 경기시간을 5분 더 늘리고 미디어를 통해 선수들이 팬들을 5분 더 만나게 한다는 뜻으로 K리그의 핵심 가치를 성적 지상주의에서 팬의 즐거움 향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600만 관중에 육박한 프로야구의 흥행몰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 면에서 아주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개혁에는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K리그 이사회는 그동안 연맹 회장과 15개 구단 단장, 축구협회 파견 이사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구단의 입김이 강하다 보니 부작용도 많았다. K리그 전체 발전보다는 각 구단의 입장만 대변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렇다 보니 선수 선발 원칙이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 다시 변형 드래프트로 자주 바뀌었다. 연봉 상한선 등 자신들이 결정한 사항도 이면계약 등으로 지키지 않아 시장 질서가 깨지기도 했다. K리그 이사회를 지켜본 한 축구인은 “서로 먼저 제 밥을 차지하겠다며 꿀꿀거리는 돼지 우리 같았다”고 한탄했다.

연맹은 이런 이사회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구단 단장은 5명만 참여하고 대부분을 구단 이익과 상관없는 사외이사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빠지면 불이익을 볼지 모른다는 구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대신 기존 이사회에 연맹 부회장과 사무총장, 사외이사 등을 더해 최대 25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선에서 가닥을 잡았다. 사외이사를 영입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마다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이란 좋은 상품을 가진 K리그는 프로야구에 밀려 국내 2위 스포츠다. 조만간 3위로 처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구단 입김이 너무 센 이사회 구조에서는 ‘5분 더 프로젝트’도 의미가 없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구단 이기주의가 발동하면 언제든 지켜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가 개혁을 시도한다면 이사회도 변해야 한다. 팬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구단 이기주의를 견제할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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