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정부-한은, 역지사지 자세로 통화정책 조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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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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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차관의 열석발언권을 행사했다. ‘관치금융의 부활이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됐다’ 같은 반대 의견이 만만찮은 가운데 재정부는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통위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열석발언권은 한 번도 행사되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정부는 왜 열석발언권을 행사했을까? 일단 두 가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는 금통위가 조만간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읽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부가 여전히 정책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금통위 직후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정책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선 출구 근처에 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또한 1월 회의를 앞두고는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월 금리 인상설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재정부도 나름대로 몇 가지 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금호그룹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비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12월 금통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2009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 탄탄한 발판이 돼 주던 환율 측면의 지원이 사라져가고 있다. 글로벌 출구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굳이’ 지금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반영된 듯싶다.

어느 견해가 타당한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정책금리를 정상화해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고 현재 경제 성적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권 행사는 적어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두 당국의 의견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이뤄졌을 많은 물밑 논의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경제주체들 쪽에서 보면 앞으로 통화정책이 어떻게 돌아갈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생각이 늘 같을 순 없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큰 목표야 같겠지만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좋지 않다.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과거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던 원동력 중 하나라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전체 경제 정책의 결과에 대해 정부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서 이 간극을 좁혀 가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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