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오바마 대통령 방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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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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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방한에서는 세 가지 이슈를 주로 논의하리라 예상된다. 북핵 문제, 동맹 문제,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이다.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의 양자 협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으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점 외에 어떤 협상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듯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북아 3국 방문 시 정상과의 회담 결과를 토대로 협상 내용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방문국인 일본과의 협의에서는 미국이 6자회담 이전에 북한과의 양자협의에 대한 양해를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북한 협상에서 북한의 직접적인 핵 위협 대상으로서의 일본의 우려를 인정하고 납북자 문제 등을 중시함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이 열릴 경우 한미일 3국이 공조하여 회담이 생산적으로 되도록 노력하자는 희망을 피력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 방문국인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협의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10월 김정일 면담 결과를 파악하고 중국의 북핵 해결 방안을 청취할 것이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치하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당부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후견자’ 역할을 확인한바 북한의 핵무기 집착에 비추어 완전한 조기 비핵화보다는 핵무기 능력의 강화를 방지하고 북핵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판단된다.

北비핵화 연기 전략 공동대응을

동북아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의 양자협상에 대한 양해와 지지를 구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 대한 구체적 취지와 방안을 청취하고 이런 포괄적 방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양자 및 다자)에서 한미 및 한미일의 공조 방안과 로드맵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북 양자 대화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방법이라는 미국의 판단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의 중요한 조치는 뒤로 미루는(back-loading) 행태를 보여 왔는바 합의가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전에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핵화와 관련해 중요한 조치를 먼저 취하도록(front-loading)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 비전에 대한 양국 간의 확고한 신뢰를 부각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에 비해 더 많은 불화를 겪었다면 지금은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의 출범에 따른 미일 간의 불협화음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이 더욱 큰 중요성을 갖게 됐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2012년 시한에 대한 양국의 공약은 이미 천명됐으나 시한에 이르는 동안 정기적으로 매년 점검한다는 합의를 넘어 전환에 영향을 미칠 여건, 즉 북핵 상황, 북한의 대미·대한 정책 등 몇 가지의 점검도 필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일부 시행 후 보류됐고 1990년 초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에 따른 감축이 북핵 문제 발생으로 1단계 이후 중지된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시까지 전시작전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의 시기를 재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한미동맹-FTA 중요성 인식해야

셋째, 한미 정상은 양국 FTA의 전략적 함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중심국으로 약진하고 동아시아공동체 논의가 진전되는 상황 속에서 한미 FTA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맺은 최초의 FTA로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FTA 비준은 의회가 하지만 행정부(대통령)의 적극적 개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미국에 경제적 전략적으로 얼마나 이익이 될지, 비준이 안 되는 경우 어떤 불이익이 될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준 지연 시 미국은 중국에 비해 역내 역할이 약화되고, 아시아에서의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

‘태평양 대통령(Pacific President)’이라고 자처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시의 적절하고 결정적인 기회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은 정상의 방문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한미 간 유대의 과제와 기회를 충분히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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