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제임스 릴리 前주한美대사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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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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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때 전두환 계엄령 막아”

한국이 민주화운동으로 격변을 겪었던 1986∼89년에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릴리 씨(사진)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시블리 메모리얼병원에서 타계했다. 향년 81세. 그는 전립샘암 합병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87넌 한국의 6월 민주항쟁과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벌어진 격동의 시기에 주한 대사와 주중국 대사를 각각 지냈다. 또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 동아시아 정책과 외교의 산증인으로 꼽혔다.

미 예일대를 졸업했으며 조지워싱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51년 CIA에 투신했다. 그리고 1978년까지 27년 동안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을 무대로 활동했다. 이후 그는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외교관 활동을 시작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뒤 1986∼89년 주한 대사를, 이어 1989∼91년 주중 대사를 지냈다.

그는 2004년 발간된 자서전 ‘차이나 핸즈(China Hands)’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한국의 계엄령을 반대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두환 대통령에게 전달해 계엄령 선포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가까스로 막았다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는 중국의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물밑 해결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3일 성명을 통해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주한 대사로서 인권과 민주화를 지지하는 미국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고 극적인 결과도 가져왔다”고 애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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