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로저 코언]초읽기에 몰린 이란核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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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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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임기 말인 요즘 세계 핵 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양쪽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는 “두 나라가 나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미국과 이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한다면 비록 중재자를 통할망정 이런 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접근은 엘바라데이가 퇴임하는 이달 30일까지의 기간에 맞춰져 있다. 그 시한 안에 오바마의 협상 시도가 성공하느냐, 아니면 이란이 결국 제재에 직면하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중동평화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기대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더 자유롭고 개방된 국가를 외치는 이란의 민주화 시위대는 오바마 행정부에 “그들(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부)이냐 우리냐”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이란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관계 정상화만이 이란의 개혁을 위한 최선의 희망이라고 믿는다.

지난달 양국의 협상은 타결된 것처럼 보였다. 이란이 약 1200kg의 저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선적해 해외로 보내고, 이를 의료용 원자로 가동을 위한 연료봉으로 가공해 되돌려 받는 안이었다. 하지만 엘바라데이에 따르면 이란 측은 이 협상안을 총체적으로 불신했다. 이란은 우라늄을 단계적으로 반출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라 우라늄이 자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며 협상에서 발을 뺀 것이다.

엘바라데이는 “핵심은 선적 여부가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제네바에서 초기 합의된 대로 우라늄이 일단 해외로 나간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 연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질 것인지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여러 중재안이 논의됐다. 엘바라데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많은 아이디어 중에 한 가지는 이란의 우라늄을 이란에 우호적인 제3국으로 보내 묻어뒀다가 나중에 연료로 가져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해외로 내보내 신뢰를 형성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라늄의 반출과 연료의 반입 사이에 1년 정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엘바라데이는 “(시간 확보는) 미국과 이란이 직접적으로 얽힐 수 있는 포용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바라데이는 이란에 “두 번은 오지 않을 기회”라는 메시지를, 미국에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란 내부의 혼란이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초기 제네바 합의 초안에 동조했으나 점차 모호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적국 관계에서 외교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대안도 없다. 엘바라데이는 “제재는 좌절의 또 다른 표현일 뿐 문제해결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협상에 응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이란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됐다. 이란으로서는 자국을 약화시키는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새로운 중동 질서를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과감한 정책 요구의 첫걸음이다.

엘바라데이는 “이란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평화를 위한 작은 위험을 감수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패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최대한 활용하든지, 실패하든지 둘 중 하나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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