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알짜로 부활한 대우계열사 ‘10년의 피와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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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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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조선 등 경영 정상화
‘부실’ 오명 벗고 새주인 찾아

“전화기 책상 그리고 사람. 10년 전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모두가 우리를 보고 절대 살아날 수 없을 거라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꿋꿋이 일어섰습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정말 좋은 ‘제 짝’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등 ‘부실기업’의 오명을 벗고 ‘튼실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새 주인 찾기가 한창입니다.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이런저런 우여곡절에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긴 합니다만 대우인터내셔널을 시작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매각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만난 한 ‘대우맨’은 10년 전 그룹 해체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대우의 부채비율은 600%에 달했습니다. 해외 확장에 무리수를 둔 게 결국 그룹 해체로 이어졌지요.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한 번 해본 적 없던 대우 임원들이 조를 짜서 매일매일 금융기관을 돌았습니다. 한 번만 살려 달라고요.” 이 대우맨은 “당시 ‘기회를 주면 꼭 다시 살아나 보이겠다’는 말에 ‘놀고 있다’며 코웃음을 친 금융 관계자도 있었을 정도”라며 “워크아웃 기업으로 결정되고 많은 동료를 떠나보낸 뒤 살아남은 대우 계열사 직원들에게는 ‘반드시 재기해야만 한다’는 오기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이후 대우 직원들은 10년간 회생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국민들도 대우의 재기에 피땀을 더했지요. 현재 진행하는 대우 계열사의 매각 작업이 그저 일개 기업의 매각이 아닌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우 계열사의 또 다른 한 임직원이 남긴 말은 인상적입니다. “10년 전 잘못된 경영 판단만 내리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개척했던 동남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은 모두 한국의 재산이 됐을 겁니다. 일부나마 어렵게 지켜낸 기업인 만큼 새 주인은 무엇보다 대우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회사이면 좋겠습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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