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학]<7>중국 지역간 의식구조 분석하는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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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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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6개도시 찾아 설문… 준비에만 2년”

다양한 전공 中 유학파 참여
전국 규모 현지조사는 처음

“中도 지역공동체 빠르게 해체
소속감은 ‘省단위’ 가장 강해”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은 9월 17∼22일 중국 쓰촨 성 청두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은 9월 17∼22일 중국 쓰촨 성 청두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
박상수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9월 17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머무르며 주민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유학박람회를 찾은 중국 대학생들에게 응답을 부탁하기도 했다. 모두 149명으로부터 답을 받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중사회과학연구회 산하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모임은 중국인의 지역의식과 소비의식, 사회 신뢰도 등을 연구하기 위해 2년 전 만들어졌다. 예비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베이징 톈진 시닝 등 중국의 16개 도시에 설문지를 돌렸다. 문헌조사를 하고 설문지를 다듬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올해 본격 설문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24일에는 강원 평창군의 한 리조트에서 이 모임의 워크숍이 열렸다. 11월 말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 각자 연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중국인들이 실제로 지역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려 했죠. 그런데 지금 조사 결과에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애착이 있는가’에 대한 분석만 나왔어요. 이것만으로는 당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역감정이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앞으로 알아볼 수 없을까요?”

“예를 들어 중국 도시들에는 ‘청두회관’ 같은 이름의, 각 지역 출신자들의 건물들이 꼭 있어요. 자기 출신지역 단체들의 건물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등을 질문할 수 있겠죠.”

이번 프로젝트가 중점을 둔 지역의식에 관한 내용이 나오자 토론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지역 갈등은 대국인 중국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라며 “중국인들의 지역의식에 관한 데이터가 이번 조사에서 나오면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인들이 성(省) 단위에 가장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발표를 맡은 유정원 한국외국어대 강사는 “(성 이하 단위인) 도시에 대한 소속감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역사회 공동체가 해체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의외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낮게 나온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임에는 인류학 경제학 경영학 정치학 사회학 등 각 주제에 맞는 연구자가 참여한다. 모두 중국 유학을 한 선후배 사이다. 구기보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이나 교류가 있던 중국학자들에게 부탁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중국 전역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역별로 비교해 보는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만 충북대 연구교수는 “문항 중에는 정부 기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민감한 질문도 있다”며 “중국인들이 ‘이 결과를 어디에 쓸 거냐’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많아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세미나는 오후 11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박 교수는 “비로소 한 고개를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진행 중인 16개 도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문항을 보충해 더 정교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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