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오심에 떠는 심판들 “오늘도 무사히”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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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택시를 타면 기도하는 소녀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엔 ‘오늘도 무사히’라고 적혀 있었다. 야구장에 가면 국민의례 때 두툼한 손을 가슴에 얹은 채 ‘오늘도 무사히’를 읊조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심판들이다.

3일 밤 잠실야구장 인근의 한 식당에 심판과 기록원들이 모였다. 역대 두 번째로 20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오석환 차장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오 차장은 1일 두산-한화 경기에 2루심으로 출장해 2000경기를 채웠다. 역대 두 번째이자 현역 심판으로는 최다 출장 기록이다. 1991년부터 그라운드를 지킨 그는 소감을 묻자 “별다른 느낌은 없다. 늘 오심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다만 경험상 1000경기는 출장해야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껏 흥겨울 법도 한 자리였지만 며칠 전 오심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심판은 3D 직업으로 통한다. 무거운 장비를 몸에 두른 채 서너 시간 자리를 지켜야 하고 공에 맞아 다치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심판들은 “정말 무섭고 힘든 것은 오심과 그에 따르는 비난”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판의 적’은 많다. 대표적인 게 TV다. 판단하기 힘든 장면은 느린 그림으로 보면 구분이 가기 마련. 중계 캐스터의 “명백한 오심이네요”라는 말까지 보태지면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된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오심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사람의 일이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을 줄이기 위해 심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을 팬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 심판들의 자긍심도 커졌다. 하지만 부담도 함께 늘었다. 심판의 권위를 외치기에는 아직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그들은 그라운드에 서야 한다. 아무쪼록 오늘도 무사히….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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