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삶 어우러진 집]<2>권문성대표 설계 ‘이야기가 있는…’

  • 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아뜰리에 17’ 권문성 대표 설계

파주 동패리 ‘이야기가 있는 집’

《“저기 예쁜 흰 벽돌집이 우리 집이야. 내 방 위에는 숨어서 놀 수 있는 다락방도 있어!” 경기 파주시 교하읍 동패리 1723-5 길모퉁이의 하얀 벽돌집. 건축주인 함종헌(46·회사원) 안성희(43·〃) 씨의 아들 주형(11)이는 친구들이 놀러오면 자기 방의 다락을 자랑하기 바쁘다. 아기자기하게 짜인 공간과 함께 사는 즐거움은 관리 편한 아파트를 등지고 단독주택을 선택한 가족의 소중한 권리다. 이 집은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 17’의 권문성 대표의 작품. 그는 건축주 가족을 위해 곳곳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집을 설계했다. 》

얘기꽃 식탁에 앉으면 통유리창 너머 아늑한 뒤뜰

웃음꽃 살금살금 계단 오르면 개구쟁이들 다락방

지난해 7월 착공해 올해 3월 완공했고 건축비는 2억8800만 원이 들었다. 노출콘크리트 구조에 흰색 점토벽돌로 외장을 꾸몄다.

평면 구성과 공간 배치 콘셉트는 한국 전통가옥에서 가져왔다. 동남쪽의 마당을 껴안은, 옆으로 뒤집힌 ㄱ자형으로 건물을 배치했다. 정원으로 트인 넉넉한 창과 뒤뜰을 가진 거실과 식당이 집의 중심이다. 안 씨는 “뒤뜰과 정원을 시원하게 내다보면서 식사를 하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며 “집을 찾는 손님들이 부러워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건축주 부부가 가장 원한 것은 넓은 마당이었다. 413.8m² 터에 건축면적은 159m². 건폐율이 38.4%로 일반주거지역 기준인 60%보다 낮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용지 경계를 가른 담장이 없어 정원은 동쪽에 면한 도로로 확장되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넓은 정원을 확보하느라 건물 내부 공간이 좁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부는 침실 넷과 거실, 식당과 주방, 서재, 가족실로 구성됐다. 권 대표는 창문을 많이 낸 것 외에도 집안 공간 사이사이에 외부 공간을 ‘끼워 넣는’ 방법을 써서 여유를 갖게 했다.

이 집은 세 개의 공간 덩어리를 뒤집힌 ㄱ자형으로 늘어놓고 복도와 테라스로 연결한 건물이다. 1층 평면을 보면 식당과 주방 공간을 중심으로 동쪽에 거실, 남쪽에 침실이 있다. 거실과 침실로 통하는 연결 통로에는 각각 작은 뒤뜰이 붙어 있다.

주요 생활공간 사이를 이동하면서 외부 공간을 경험하게 한 것. 이 역시 한국 전통가옥의 공간 활용 방식에 닿아 있다. 뜰로 열린 큰 창마다 툇마루를 붙여 안과 밖을 부드럽게 연결했다.

권 대표는 “전통가옥에는 넓은 방이 별로 없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는 일도 드물다”며 “집 안 어느 곳에서든 외부 공간과 연결되도록 해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층 남단에는 서재 겸 사랑방이 있다. 계단을 올라 이 방으로 가려면 건물 밖으로 드러난 테라스를 거쳐야 한다. 사랑방으로 갈 때 대청마루를 내려와 신발을 신었던 옛 모습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하루 종일 바깥 공기를 쐬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집 안의 다른 방에 가면서 잠깐 우산을 쓰거나 외투를 걸치는 경험은 독특한 느낌을 주죠. 고즈넉이 쉬거나 다른 가족에게 방해되지 않으면서 손님을 맞는 사랑방의 용도도 살아납니다.”(권 대표)

주형이가 좋아하는 경사지붕 아래 다락방은 동생 정완(5)이 방의 다락과 통로로 연결돼 있다. 그 통로는 주방 위 2층 가족실 위를 지난다. 아이들은 서로의 다락을 오가는 통로에서 아래의 부모와 만난다. 다이내믹한 공간에서 추억을 만들도록 배려한 것이다.

1층 남단의 침실은 함 씨의 어머니 이정모(75) 씨가 쓰는 별채다. 정원으로 열린 출입구가 있어 2층 안방의 부부와 독립된 동선(動線)을 갖는다. 남쪽의 콘크리트 벽은 정원과 거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2층 사랑방으로 오르는 계단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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