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것까지]<10>과학기술 수집가 “代이을 사람 없다”

입력 2008-07-18 02:52수정 2009-09-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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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중 절반 후계자 못구해 ‘발동동’

“지자체-정부, 말로만 지원” 불신감

평생모은 희귀품 국외로 유출 우려

그들은 고집쟁이들이었다. 수집에 온 정신이 팔려 가족마저 내던진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그런 삶을 보고 ‘벽(癖)’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본보는 4월부터 9회에 걸쳐 평생을 바쳐 근현대 과학기술 문물을 모아온 대표 수집가 9명을 만나는 ‘앗 이런 것까지’ 코너를 진행해 왔다. 연재를 마치며 이들의 견해를 통해 한국 과학기술 문물 관리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일본 수집가들이 노리고 있다”

취재팀이 만난 수집가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수집가 9명 중 절반 이상이 후계자를 두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수집가는 “평생 피땀 흘려 모은 희귀 문물이 사후에 산산이 흩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9명의 수집가가 보유하고 있는 수집품목만 약 100만 점에 이른다. 국립중앙과학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전시물 80만 점을 훨씬 웃돈다.

이 중에는 에디슨이 개발한 세계에서 6개밖에 없는 ‘틴포일’ 축음기, 지금은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와이어 레코드, 사라져 가는 희귀 거미인 홑거미와 땅거미, 세계 최초의 자동차 ‘벤츠 파텐트’ 등이 포함돼 있다.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된 한국 최초의 휴대전화, 국내 최고(最古)의 치과 의자, 옛 내무부 치안본부의 컴퓨터처럼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해 온 문물도 들어 있다.

대부분 국내는 물론 해외 골동품 경매에서도 이제는 구입이 불가능한 물건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는 이미 5, 6년 전부터 “일본의 수집가들이 들어와 이들 수집가의 사후에 어떤 물건을 사고팔지 이미 각본을 짜놓은 상태”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 유명무실한 진흥법

그럼에도 수집가들은 대부분 “지자체나 정부에 절대 손 내밀지 않겠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낸다. 언제부턴가 과학관과 박물관 유치가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선심성 공약(空約)처럼 남발되면서 불신의 폭은 더 커졌다고 했다.

한 수집가는 “처음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지원을 해주기는커녕 전기료조차 감면해 주지 않더라”라며 “언제라도 기회만 되면 지금의 지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박물관 지원을 위해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도 유명무실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률의 적용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 한 수집가는 “진흥법에 근거해 폐교에 박물관을 세웠지만 정작 또 다른 법인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우선 적용돼 얼마전까지도 적잖은 임차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 진흥법에 따라 정부가 학예사 1명과 해설사 1명의 인건비를 보조해 주고 있지만 막상 전문 학예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급한 대로 비전공자를 학예사로 쓸 수밖에 없다.

○ 건물 짓기보다 콘텐츠에 관심을

또 수집가들은 한결같이 “국가에 수집품을 기부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과학관과 박물관 개수 늘리기에만 치중하는 상황에서 과연 기증받은 수집품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던진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과학관을 2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경보화석박물관 강해중 관장은 “수집한 물품에 대한 사후 관리는 수집가만큼 정성과 열정을 쏟을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며 “유물을 전시할 장소나 전기료 같은 운영비는 국가가 지원하되 유물의 전시기획이나 배치 같은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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