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기업이사회, 한국과 외국의 차이는?

  • 입력 2008년 5월 20일 06시 44분


올해 3월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586개 글로벌 기업의 이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후 ‘전략적 이사회 만들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가 어떤 전략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더군요.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최근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40개 국내 기업 이사회 임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32개 기업 이사에게서 답을 받았습니다.

이사회에서 다루는 주요 이슈는 한국과 외국 이사회가 비슷했습니다.

한국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 수립’(26.0%)과 ‘전략 실행 이슈’(26.2%)를 가장 비중 있게 다뤘고, 외국의 이사회도 두 이슈를 24%씩 다뤄 우선순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구성원 역량 강화’에 대해 한국은 11.2%, 외국은 11%로 양쪽 다 비중이 가장 낮았습니다.

하지만 구성원 역량 강화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달랐습니다.

‘향후 비중을 늘려야 할 이슈’에 대해 외국은 ‘구성원 역량 강화’(25.4%)를, 한국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 수립’(34.5%)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한국 기업은 오너가 최고경영자(CEO)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오너 후손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며 “이 때문에 CEO를 키우는 시스템이나 핵심 인재를 키우는 문화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하더군요.

다만 한국 이사회는 글로벌한 주제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사회가 국제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계획을 짜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평균 64.0%가, 외국은 48.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사회 임원의 ‘전문성’도 한국(긍정 비율 86%)이 외국(46%)보다 뛰어납니다.

한국과 외국 이사회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사회가 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고,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조언하고 감독하느냐에 있겠지요. 일각에서는 한국의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사회가 이런 비판을 극복하고 투명하면서도 실적 개선을 이끄는 조타수 구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우신 기자 산업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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